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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사라진 시간(블루레이)

울프팩 2021. 1. 21. 22:15

배우 정진영이 감독한 '사라진 시간'(2019년)은 참 어리둥절한 영화다.

동일한 상황에 같은 인물이 등장해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니 황당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사전 정보 없이 봤을 때는 주인공이 다중인격인 줄 알았다.

마을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사람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조진웅)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어느 순간 마을 학교의 교사가 돼 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화재가 나서 죽은 집주인으로 둔갑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상황에 맞게 같이 변했으면 모르겠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다.

 

오로지 조진웅이 연기한 주인공의 정체만 계속 달라진다.

그렇다 보니 앞 뒤 이야기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주인공이 꾸는 일장춘몽 같은 꿈 얘기인가 싶었다.

결국 아무 해답도 얻지 못한 채 머릿속이 어지러운 채 이야기가 끝나고 말았다.

 

영화에 대한 갈피가 잡힌 것은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된 정진영 감독의 해설과 인터뷰를 보고 나서였다.

알고 보니 영화 속 주인공은 다차원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뒤섞인 존재였다.

 

즉 어느 한 차원에서 형사로 살고 있는 인물과 다른 차원에서 선생으로 사는 인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뒤섞였다.

왜 뒤섞였는지에 대해서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니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그렇게 뒤섞이는 바람에 정체성과 기억이 뒤죽박죽 됐지만 희한하게 다른 사람들은 뒤섞이지 않았다.

 

그 또한 왜 그런지 설명이 없다.

다차원에서 벌어진 화재, 실종, 사망은 모두 꿈이나 허상이 아닌 실존이다.

 

하지만 그것들의 인과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다.

한마디로 하나의 사건이나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는다.

 

결구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와 SF, 경우에 따라서는 호러가 뒤섞인 아주 이상한 작품이 돼버렸다.

아무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관객이 다차원의 존재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영화 속 어디에도 다차원에 대한 설명이 없고 등장인물들과 사건의 인과관계 또한 명확하지 않다.

한마디로 뿌연 안갯속 존재들처럼 모든 것이 흐릿하기만 한 작품이다.

 

그렇다 보니 결국 감독의 자기만족 같은 영화가 돼버렸다.

감독은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털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관객들이 감독의 생각을 쫓아가기 힘들다.

 

그렇게 영화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채 아무 해답도 내놓지 못하고 미진하게 끝났다.

도대체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지 오리무중이다.

 

감독은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무엇인지 실존적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데 방법이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영화의 전개 방식은 SF 같기도 하고 스릴러 같기도 해서 딱히 장르를 규정하기 힘들 만큼 독특해 눈길을 끌지만 그게 전부다.

 

관객들이 감독의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이상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을 깡그리 무시했다.

어찌 보면 관객을 무시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필터링된 색감도 고운 편.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리어 채널에 배경 음악이 부드럽게 깔리는 정도.

 

부록으로 감독과 조진웅, 평론가 해설, 고사 스케치, 대본 리딩, 감독과 배우 인터뷰, 다른 영화감독들의 코멘트 등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대부분 충북 보은에서 촬영됐다.
정진영 감독은 이 작품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선문답 같은 영화"라고 정의했다.
차수연과 배수빈이 연기한 교사 부부의 대사는 실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연극 대사같은 말들을 한다. 정 감독은 일부러 보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이런 설정을 했다.
제작진은 교사 부부의 집을 충북 보은의 주말 농장처럼 쓰이던 집을 빌려서 촬영.
정 감독은 처음부터 조진웅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대본을 썼다. 조진웅은 이 작품이 "꿈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극 중 역할이 달라지는 것은 신동미가 연기한 조진웅의 아내 역이다. 초반에는 형사의 아내였는데 후반에는 경찰서장의 부인으로 바뀐다.
극 중 뜨개질 선생을 연기한 이선빈. 그가 즐겨찾은 곳으로 나온 장소는 월악산 미륵대원지. 촬영 당시 공사중이어서 영화에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수안보 온천은 감독이 자주 찾는 장소였다.
아무 답도 내놓지 않고 끝난 엔딩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정감독은 이런 엔딩을 "신인감독의 호기였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아주 혼란스럽고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영화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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