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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샤레이드

울프팩 2013. 7. 12. 08:56

스탠리 도넌 감독의 '샤레이드'(Charade, 1963)는 유쾌한 영화다.
어느날 남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거액의 돈을 찾기 위해 미망인을 중심으로 네 남자가 벌이는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일종의 흥미진진한 보물찾기를 빛나게 해 준 것은 지금은 가고 없는 스타들의 명연이다.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우아한 연기를 보여 준 오드리 헵번이 아무 것도 모르는 미망인을 맡았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나는 결백하다' 등 히치콕 영화에 나온 미남 스타 캐리 그랜트가 수수께끼의 사나이로 등장한다.

여기에 '대탈주' '황야의 7인'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 제임스 코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나온 네드 글래스, '총알 탄 사나이' '에어포트' 시리즈 등에 나온 조지 케네디가 두 사람을 쫓는 일당으로 나왔다.
조지 케네디를 제외하고는 모두 세상을 뜬 그리운 얼굴 등이다.

'7인의 신부' '사랑은 비를 타고' 등 유명 뮤지컬 영화를 많이 만든 도넌 감독은 여러 인물들이 나와 얽히고 설키는 관계에서 웃음과 긴장을 유발하는 드라마에 강하다.
이 작품 역시 그의 장기를 발휘해 돈을 찾는 과정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빚어지는 소동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막판 드러나는 돈의 정체도 추리소설처럼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등 미스테리 설정도 잘 돼 있다.
배우와 감독 외에 독특한 타이틀은 007 시리즈로 유명한 모리스 바인더가 맡았고 주제가는 헨리 맨시니의 작품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관록있는 스타들과 제작진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쟁쟁한 스타들도 볼 수 있는 만큼 블루레이로 국내 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1.85 대 1 레터박스 방식의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블록 노이즈가 보이고 플리커링과 잡티가 나타나며, 색상이 균일하지 않고 프레임에 따라 달라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으로 한글 자막이 들어 있는 감독과 작가의 음성해설을 제공한다.
그런데 음성해설의 경우 말로를 먼로우로 표기하는 등 한글 자막이 정확하지 않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타이틀은 007 시리즈로 유명한 모리스 바인더의 솜씨다. 그는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역동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초반 등장하는 스키장은 프랑스 북부 모젤에서 촬영. 오드리 헵번과 캐리 그랜트가 처음 등장하는 호텔은 개장 1, 2주 전에 빌려서 찍었다.
남편의 의문사 이후 모든 가재도구가 사라진 텅 빈 아파트는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
LP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1960년대 턴테이블. J형 톤암이 달려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나온 네드 글래스는 소위 좌파를 가리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 내에서는 영화 출연이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목수가 돼서 자신의 집을 직접 짓는 등 다른 일을 하다가 복귀했다.
주연을 맡은 대스타인 오드리 헵번과 캐리 그랜트. 헵번은 네델란드 귀족의 딸이고, 그랜트는 영국의 어려운 집에서 자라며 곡예사 등 온갖 일을 했다.
손가락을 이용해 움직이는 인형극인 프랑스의 기뇰이 등장. 프랑스의 무르게가 고안한 인형극으로, 그가 만든 인형극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됐다.
캐리 그랜트는 촬영 중 59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는 처음에 촬영 당시 33세였던 헵번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젊은 여자를 이용해 먹는 것처럼 보일까봐 출연을 거절했다.
1929년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헵번은 어머니가 네델란드 귀족, 아버지는 부유한 영국의 은행가였다.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를 따라 네델란드로 가서 발레 등을 배웠으며 제 2 차 세계대전 후 런던에서 모델로 활동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서 네델란드에서 배우가 됐다.
1904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난 그랜트는 14세때 학교를 그만 두고 판토마임과 곡예를 배워 순회극단을 따라 각지를 떠돌며 공연했다. 덕분에 그는 코미디 연기에 강하다.
작가인 피터 스톤은 이 작품의 대본을 7개 영화사에 보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할 수 없이 레드북이라는 잡지에 소설로 연재한 뒤 인기를 끌자 이를 다시 대본으로 썼고, 이후 7개 영화사가 모두 관심을 보였다.
오드리 헵번의 의상은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렇듯 지방시가 만들었다. 덕분에 지방시 의상도 인기를 끌었다.
악당으로 등장한 제임스 코번. 제작비는 유니버셜 영화사와 스탠리 도넌 감독이 절반씩 부담했다.
조지 케네디는 익사한 장면을 위해 긴 시간 숨을 참고 물 속에 있었다. 자세히 보면 기포가 올라온다.
헵번이 그랜트의 옷에 아이스크림을 묻히는 장면은 실제로 디너 파티에서 그랜트의 옷에 와인을 엎지른 헵번의 실화에서 따온 얘기다.
옷을 입은 채 샤워하는 유명한 장면은 나이 많은 그랜트가 과체중이어서 옷을 벗지 않는 조건을 걸고 출연해 등장한 장면이다.
세느강을 오르 내리는 유람선인 바토무슈. 주변 야경이 볼 만 하다.
영화 개봉 전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해 극 중 '암살'이라는 대사를 '제거'로 고친 뒤 상영했다. DVD에는 원래 대로 '암살'로 들어갔다.
우표 수집상이 갖고 있던 실제 우표가 등장. 이 우표들은 2007년에 360만 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UCLA에서 연기를 배운 제임스 코번은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으로 존재를 알렸으며 '대탈주'에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스티브 맥퀸과 함께 이소룡에게 무술을 배웠던 그는 샘 페킨파 감독의 작품 등에 출연했고 2002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1960년대 파리 지하철은 1등석이 따로 있었다. 빨간 색으로 칠한 1등석은 돈을 더 내면 편히 앉을 수 있다.
루이 14세가 살았던 팔레 로얄에서 촬영. 가짜 기둥 2개를 더 세워 기둥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당시 문화부장관 집무실이 있어서 촬영을 할 수 없었으나 감독이 당시 앙드레 말로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촬영 허가를 받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도 활동했던 헵번은 암에 걸려 1993년 사망했다. 그랜트는 1986년 뇌출혈로 타계했다.
샤레이드 Charade
오드리 햅번 출연
샤레이드
오드리 햅번 출연/캐리 그랜트 출연/스탠리 도넨 감독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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