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세인트

울프팩 2006. 3. 22. 22:59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재미있게 본 외화시리즈가 있었다.
바로 '돌아온 세인트'다.

1929년 원작자 레슬리 차터리스가 추리소설 '호랑이와의 만남'에서 처음 창조한 캐릭터인 세인트, 즉 사이먼 템플러는 날렵하고 멋진 솜씨로 부자들을 털어 가난한 사람을 돕고 자기도 갖는 현대판 의적이다.
다녀간 곳마다 머리에 후광 표시가 있는 사람 모양의 낙서를 남겨 성자라는 뜻의 세인트로 불렸다.

1970년대 TV 시리즈는 원작과 달리 세인트를 엄청난 갑부 청년으로 설정했다.
그는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돕고 악당들을 혼내주는 정의의 사도다.

TV 시리즈의 인기비결은 아주 잘생긴 주인공 배우 때문이었다.
그 배우는 나중에 007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로저 무어(Roger Moore)다.

예전 TV 시리즈가 생각나 기대를 갖고 본 필립 노이스(Phillip Noyce) 감독의 '세인트'(The Saint, 1997년)는 기대 이하였다.
로저 무어가 연기한 세인트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그런지, 발 킬머(Val Kilmer)는 세인트 이미지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요란한 액션이나 희한한 볼거리라도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결국 배우들도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고 볼거리도 없는 그저 그런 범작이 돼버렸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그저 그렇다.
배경이 지글거리며 이중 윤곽선과 잡티가 나타난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는 둘째치고 저음의 부밍이 너무 강해 듣기 곤욕스럽다.
아예 서브 우퍼를 꺼놓고 싶을 만큼 지나치게 베이스가 강조됐다.

부록으로는 감독의 음성해설, 예고편이 전부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시작은 그럴듯한데 뒤로 갈수록 맥이 빠지는 게, 완전 용두사미다.
주인공 세인트를 연기한 발 킬머.
세인트의 마음을 훔친 여인을 연기한 엘리자베스 슈.
세인트의 특징은 기발한 변장술이다. 이를 살리기 위해 발 킬머는 고가의 수제 가발 여러 종을 자신이 직접 주문해 사용했다.
노이스 감독이 연출한 액션은 강렬하지 못하다. 그의 전작들인 '긴급명령' '패트리어트 게임'들을 보면 마찬가지로 액션이 약하다.
악당인 트레티악이 소유한 회사로 나온 건물은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호텔이다. 스탈린이 세운 이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로잡힌 독일군 포로들이 건설했다.
예전에 좋았던 TV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든 유일한 요소는 세인트의 상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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