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이 만든 '스파이더맨 3'(Spider-man 3, 2007년)의 주제는 복수와 용서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복수가 등장한다.
아버지 같은 숙부를 잃은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Tobey Maguire)의 복수, 스파이더맨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해리(제임스 프랭코 James Franco)의 복수, 무심한 연인에 대한 엠제이(커스틴 던스트 Kirsten Dunst)의 복수 등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지닌 원한을 풀기 위해 다양한 복수에 나선다.
"복수심은 멀쩡한 사람도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는 영화 대사처럼 주인공까지 졸지에 악당이 된다.
해리의 복수는 무섭고 처절하며 엠제이의 복수는 가슴 아프다.
반면 스파이더맨의 복수는 가증스럽다.
아무리 지독한 악당도 죽이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는 정의의 사도 스파이더맨이 할 수 있는 복수는 제한돼 있는 법.
그래서 샘 레이미 감독은 외계 생명체의 침투로 변이를 일으킨 블랙 스파이더맨이라는 꼼수 같은 존재를 등장시킨다.
검은 마스크 뒤에 숨어 복수를 벌이는 블랙 스파이더맨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나오는 하이드인 셈.
2편부터 인간적인 고뇌에 시달리는 초영웅의 모습을 보여준 샘 레이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더 깊이 파고들어 복수와 용서라는 심오하고 종교적인 주제에 매달린다.
그 바람에 이야기가 전편보다 늘어진다.
대신 강력한 악당과 미처 눈이 쫓아가지 못할 만큼 빠른 영상으로 부족한 이야기를 메꾸고 있다.
악당들조차도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번민한다.
모래 인간이 된 샌드맨(토마스 헤이든 처치 Thomas Haden Church)은 끝까지 자신의 과오에 대해 괴로워하고 후회한다.
그에게 악은 또 다른 구원을 위한 수단이었다.
반면 베놈(토퍼 그레이스 Topher Grace)으로 변한 에디는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샌드맨과 베놈이 한꺼번에 덤벼들며 스파이더맨을 궁지로 몰아넣는 결투 장면은 그만큼 극적이면서 긴장감 넘친다.
다만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성조기를 배경에 펄럭인 채 스파이더맨이 뛰어다니는 장면은 지나친 미국 찬가처럼 보여 유치하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블루레이보다 디테일이 향상됐고 색감이 차분해졌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각종 효과음의 채널 분리가 잘 돼 있어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하다.
사운드에 무게감이 충분히 실려 있어 웅장하게 들린다.
부록으로 감독 및 배우 음성해설과 제작진의 음성해설, NG 장면, 뮤직비디오가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예전 DVD 타이틀에 들어 있던 제작과정, 특수효과, 이스터 에그 등이 빠져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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