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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3(4K)

울프팩 2021. 8. 28. 17:32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이 만든 '스파이더맨 3'(Spider-man 3, 2007년)의 주제는 복수와 용서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복수가 등장한다.

아버지 같은 숙부를 잃은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Tobey Maguire)의 복수, 스파이더맨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해리(제임스 프랭코 James Franco)의 복수, 무심한 연인에 대한 엠제이(커스틴 던스트 Kirsten Dunst)의 복수 등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지닌 원한을 풀기 위해 다양한 복수에 나선다.

"복수심은 멀쩡한 사람도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는 영화 대사처럼 주인공까지 졸지에 악당이 된다.

해리의 복수는 무섭고 처절하며 엠제이의 복수는 가슴 아프다.
반면 스파이더맨의 복수는 가증스럽다.

아무리 지독한 악당도 죽이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는 정의의 사도 스파이더맨이 할 수 있는 복수는 제한돼 있는 법.
그래서 샘 레이미 감독은 외계 생명체의 침투로 변이를 일으킨 블랙 스파이더맨이라는 꼼수 같은 존재를 등장시킨다.

검은 마스크 뒤에 숨어 복수를 벌이는 블랙 스파이더맨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나오는 하이드인 셈.
2편부터 인간적인 고뇌에 시달리는 초영웅의 모습을 보여준 샘 레이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더 깊이 파고들어 복수와 용서라는 심오하고 종교적인 주제에 매달린다.

그 바람에 이야기가 전편보다 늘어진다.
대신 강력한 악당과 미처 눈이 쫓아가지 못할 만큼 빠른 영상으로 부족한 이야기를 메꾸고 있다.

악당들조차도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번민한다.
모래 인간이 된 샌드맨(토마스 헤이든 처치 Thomas Haden Church)은 끝까지 자신의 과오에 대해 괴로워하고 후회한다.

그에게 악은 또 다른 구원을 위한 수단이었다.
반면 베놈(토퍼 그레이스 Topher Grace)으로 변한 에디는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샌드맨과 베놈이 한꺼번에 덤벼들며 스파이더맨을 궁지로 몰아넣는 결투 장면은 그만큼 극적이면서 긴장감 넘친다.
다만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성조기를 배경에 펄럭인 채 스파이더맨이 뛰어다니는 장면은 지나친 미국 찬가처럼 보여 유치하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블루레이보다 디테일이 향상됐고 색감이 차분해졌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각종 효과음의 채널 분리가 잘 돼 있어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하다.
사운드에 무게감이 충분히 실려 있어 웅장하게 들린다.

부록으로 감독 및 배우 음성해설과 제작진의 음성해설, NG 장면, 뮤직비디오가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예전 DVD 타이틀에 들어 있던 제작과정, 특수효과, 이스터 에그 등이 빠져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뮤지컬 장면은 LA 오피엄 극장에서 촬영. 극 중 뮤지컬 배우로 나온 커스틴 던스트는 이 장면의 노래를 직접 불렀다.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최대인 3억 달러의 제작비를 썼다. 이전에는 2억 5,000만 달러를 투입한 '슈퍼맨 리턴즈'가 최고였다.
악당 샌드맨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사이드웨이'에 출연한 토마스 헤이든 처치.
초영웅의 연인은 외롭다. '슈퍼맨'의 루이스 레인이 그랬듯이, 메리 제인 역시 만인의 영웅인 스파이더맨을 곁에 둘 수 없어 외로워한다.
거대한 크레인이 훑고 지나가는 건물은 미니어처다. 또 주저앉는 건물 바닥은 짐벌을 이용해 30도쯤 기울이며 촬영했다.
스파이더맨이 건물 사이를 누비는 장면은 모두 스파이더 캠으로 촬영. 와이어에 연결된 스파이더 캠은 빠른 속도로 건물을 타고 위, 아래로 오르내리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며 공중 비행하는 듯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신문사 편집국장한테 구박받는 청년으로 등장하는 테드 레이미는 감독의 동생이다.
카메오라면 원작자인 스탠 리(왼쪽)를 빼놓을 수 없다.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등장한다.
샌드맨은 1960년대 스탠 리의 만화에 처음 등장한다. 그는 몸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모래여서 거미줄 사이로 빠져나가 스파이더맨이 잡을 수 없는 유일한 악당이었다.
원래 벤 킹슬리가 벌처 역을 맡아 악당으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촬영 전에 바뀌었다.
메리 제인을 질투하게 만드는 그웬 스테이시 역할은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연기. 그는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이다. 영화 '로켓맨'과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도 출연.
스파이더맨이 추격전을 벌이는 뉴욕 거리 장면은 클리블랜드에서 촬영. 뉴욕은 사람과 차가 너무 많아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 클리블랜드는 40만 명이 살아 교통통제가 가능했고, 시에서 촬영을 위해 도로포장까지 해줬다.
샘 레이미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영화 '이블데드'의 주인공 브루스 캠벨이 카메오 출연. 1편에 레슬링 프로모터, 2편에 극장 직원으로 등장하더니, 이번에는 레스토랑 지배인으로 나온다.
악의 힘이 강해진 블랙 스파이더맨. 샘 레이미 감독은 "검은 옷은  마약 같다"며 "그만큼 중독성 있고, 사람을 유혹한다"고 봤다.
'마야'라는 3D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샌드맨을 만들었다.
제임스 프랭코는 실제로 그림을 잘 그린다.
토비 맥과이어는 술집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장면을 위해 오랜 시간 피아노를 연습했다.
이번 작품에는 미약하나마 춤과 노래가 등장하는 등 뮤지컬 요소가 살짝 섞였다.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외계 변이체와 싸우는 스파이더맨. 특수효과는 소니픽처스의 이미지웍스에서 지원했다.
베놈을 연기한 토퍼 그레이스. 베놈 분장에 4시간이 걸렸다.
샌드맨은 애리조나 모래를 이용해 찍은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 제작진은 애리조나 모래가 입자가 굵고 바윗돌처럼 거칠어 사용했다.
영화는 원작 만화의 설정을 많이 바꿨다. 특히 베놈의 존재를 더 강하게 부각시켰다.
레이미 감독은 스파이더맨과 뉴 고블린의 화해를 통해 '때로는 영웅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스카이 보드를  타는 장면은 짐벌을 이용해 촬영.
빌 포프가 촬영한 추격 장면의 속도감이 일품이다.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의상은 모두 제임스 애치슨이 담당. 그는 '데어 데블'과 '마지막 황제' 등에서도 의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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