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친일파 암살 작전을 다룬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2015년)은 어려서 봤던 만화 '첩보원 36호'를 떠오르게 한다.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 유명했던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에 연재됐던 이 만화는 백산(본명 최일부)의 작품으로 일본 강점기 시절 임시정부의 첩보공작조 활약을 다뤘다.
영화는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이 의열단을 이끈 약산 김원봉과 손잡고 암살조를 조선 경성에 파견해 친일파 거부와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관을 암살하는 내용이다.
물론 영화는 허구이지만 이 과정에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와 시대상을 적당히 섞었다.
김구, 김원봉 등 실존 인물과 사실들이 그대로 나오기도 하고, 암살조로 나온 여성 암살자(전지현)는 조선총독 사이토와 주 만주국 일본대사 무토 암살을 기도했다가 체포돼 처형된 남자현을 떠올리게 한다.
또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고 혼자서 지붕을 타넘으며 수백명의 일본 경찰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 끝에 장렬히 순국한 김상옥 등 여러 항일 열사들의 모습이 중첩돼 있다.
최동훈 감독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들과 허구를 적당히 섞어서 하나의 액션스토리로 만들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등 그의 작품들을 보면 다양한 인물들이 작당해 하나의 작전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등 개성강한 스타들이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며 치밀한 암살작전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펼쳐지는 요란한 자동차 추격전과 치열한 총격전이 볼 만 하다.
특히 긴박하게 액션씬을 잘 넘기는 할리우드식 컷에 능한 최 감독 답게 총격전을 벌이는 사람들의 표정과 상황을 번갈아가며 적절하게 잘 잡아냈다.
다만 최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지나치게 매끈하게 뽑은 액션장면들은 우리 영화라기 보다 자꾸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게 만든다.
여기에 "우리 잊으면 안돼" 같은 신파조 대사와 간자가 아편굴에서 고뇌하는 부분 등 지나치게 작위적인 장면들은 영화를 늘어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최 감독 특유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는 만큼 할리우드의 킬링타임 액션 영화처럼 가볍게 볼 만 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소프트한 화질이다.
시대극이라는 점을 감안해 인위적으로 날카로운 느낌을 누른 듯한 영상이다.
DTS 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아주 요란하다.
특히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사방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효과음들이 압권이다.
부록으로 감독과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최덕문의 음성해설, 캐릭터 설명, 디자인, CG, 액션설명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양한 부록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뽀얀 느낌이 드는 소프트한 화질은 보는 사람에 따라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930년대가 시대 배경인 만큼 이정재의 등 뒤로 보이는 극장에 1933년 개봉한 '킹콩' 간판이 걸려 있다. 간판은 미국 배급사에 허락을 받고 사용했다.
중국 가흥이라는 작은 운하도시에 임시정부 세트를 마련해 촬영.
이 영화는 중국 상하이, 처둔, 셩창, 라오싱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감독은 상영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우들에게 대사를 빨리 하도록 시켰다.
조진웅이 사용하는 톰슨 M1928A1 총은 미국의 존 톰슨 준장이 1928년에 개발했다. 총소리가 타자기 소리처럼 들려서 '시카고 타자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정재가 사용하는 권총은 독일 마우저 권총이다. 제 1 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퇴역군인들이 중국에 군사고문으로 들어가면서 독일제 무기들도 같이 퍼졌다. 마우저 권총은 사거리가 길고 위력이 좋았지만 무거운 점이 흠이다.
지금의 남대문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물인 미츠코시백화점과 경성거리는 중국 처둔 세트장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처둔 세트장은 '색계'를 찍은 곳이다.
전지현이 사용하는 저격용 소총은 러시아제 모신나강이다. 무게가 5kg으로 무거운 편이다.
주유소가 위치한 경성 서소문 거리장면은 경기 고양시 오픈세트에서 찍었다. 3개월에 걸쳐 국내 영화 사상 가장 큰 규모인 약 4,100평의 대규모 거리 세트를 만들었다.
전지현은 총을 들고 지붕 위를 달리는 장면을 와이어를 연결해 직접 연기했다.
오달수는 독일제 기관단총인 MP-28을 사용. 중국에서 이 총을 대량 복제해 사용했다.
배우들은 실총을 이용해 연기를 했는데 70년된 총이다 보니 고장이 잦아서 촬영이 자주 끊겼다.
최 감독이 음성해설에서 '니키타 씬'이라고 표현한 장면. 아닌게 아니라 앵글이나 배우의 자세가 영화 '니키타'를 닮았다.
하정우는 007 제임스 본드총으로 유명한 PPK 권총을 사용. 여기에 소음기를 부착했다.
시대상을 살리기 위해 미국에서 포드 클래식 자동차들을 공수해서 사용했다. 워낙 오래된 차들이어서 속도가 나지 않고 시동이 자주 꺼져 고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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