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일본 영화를 알린 세 사람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를 꼽는다.
이중 미조구치 겐지 감독은 일본 회화적 전통미를 잘 살린 감독으로 꼽힌다.
주로 억압된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만의 유려한 카메라 테크닉으로 동양적 미를 잘 살렸다는게 그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작이 바로 '우게츠 이야기'(1953년)다.
우에다 아키나리의 기담집에 실린 3편의 이야기를 묶은 이 작품은 일본 전국시대 도예공이 귀신과 놀아나는, 한마디로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속담같은 얘기다.
얼핏보면 별 것도 아닌 귀신영화일 수 있지만 서양인들은 이 작품에 홀딱 반했다.
앙드레 바쟁은 "리얼리즘의 극치"라고 평했고, 장 뤽 고다르는 이 작품 이후 미조구치의 열렬한 팬이 돼서 가장 좋아하는 세 명의 감독을 꼽으라는 질문에 "미조구치, 미조구치, 미조구치"라고 답했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도 이 작품을 "영화 역사상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서양인들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헛된 꿈에 놀아나는 남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집안을 위해 희생하는 여자들의 가련한 삶을 조망한 이 작품에 열광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여했다.
서양인들이 흠뻑 빠져든 것은 이 작품의 독특한 영상미에 있다.
지금 보면 워낙 후대 영화들이 하도 많이 따라해 이 작품의 독특한 영상미가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지만 카메라 움직임이 동양적인 선과 여백을 제대로 살렸다.
특히 일본의 두루마리를 펼치는 것처럼 카메라가 천천히 패닝하면서 물흐르듯 풍경을 보여주는 두루마리 쇼트와 귀신의 춤 장면처럼 하나의 커트가 완벽한 씬을 이루는 '원 씬(one scene), 원 컷(one cut)'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미조구치는 동양적 회화미를 영상으로 살릴 줄 알았다.
비단 영화의 미학적 측면이 아니어도, 사내들의 허황된 꿈이 거품처럼 꺼져버리는 이야기만으로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무려 50년 전 작품인 만큼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당연히 좋지 않다.
각종 잡티와 스크래치가 난무하며 필름 훼손으로 밝기도 일정치 않아 겐지의 영상 미학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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