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울프팩 2013. 2. 5. 22:28
무라카미 하루키는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서양적 감성을 지닌 작가다.
일본 전통의 가부키나 하이쿠, 다도와는 거리가 멀고 재즈와 칵테일, 팝 음악이 더 어울린다.

서구 문화에 대한 동경은 일본 전후(태평양전쟁) 세대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를 피부처럼 체화시켰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마치 미국판 페이퍼북 같은 느낌이 든다.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는 하루키의 그런 경향이 다분한 수필집이다.
이 책은 그가 1980년대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와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두 권을 하나로 묶었다.

하루키가 일상에서 겪은 소소한 일들을 안자이 미즈마루의 컬러풀한 그림을 곁들여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 실린 글들을 읽어보면 그가 좋아한 음악과 영화, 책 등을 통해 인간 하루키를 좀 더 알 수 있다.

그만큼 하루키를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글은 '만년필'과 '8월의 크리스마스'다.

만년필은 수십 년 수제 만년필만 만들어 온 일본의 장인이 손가락 길이와 척추 뼈 마디까지 재가며 그 사람에게 만년필을 만들어 주는 이야기인데, 신기하기도 하고 철저한 장인 정신에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 제목과 같아서 관심을 끌었는데, 8월에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을 사는 이야기다.

그는 "행위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닌데 막상 하기에는 쑥스러운 일"로 8월에 사는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을 들었다.
어쩌면 허진호 감독이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 속 사랑도 그런게 아닐까.

극중에서 한참을 머뭇거리고 주저하던 심은하.
그래서 결국 영화 속 두 사람은 제대로 사랑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저물고 만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새삼 다양한 소재를 맛깔스런 이야기로 풀어내는 하루키의 재주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양장판 책 디자인이 깔끔하다.
간결하게 선을 살린 안자이 미즈마루의 컬러풀한 삽화가 들어 있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저/김난주 역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
무라카미 하루키 저/안자이 미즈마루 그림/김난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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