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해안 도시인 시데는 자동차로 안탈리아에서 1시간 20분, 폭포가 있는 마나브가트에서는 20~30분 가량 걸린다.
이 곳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닷가에 우뚝 서있는 새하얀 로마시대 신전이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다.
안탈리아 일대에 들어서 있던 팜필리아의 항구도시로 발전한 시대는 시데탄이라는 독자 언어를 썼다.
이 언어는 청동기시대에 터키 남서부 아나톨리아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사용한 루비아어로 발전했다.
시데는 바로 루비아어로 석류라는 뜻이다.
그만큼 시데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카타이오스는 시데를 황소의 신 타우로스의 딸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기원전 540년경, 이 지역은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기원전 334년에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항복해 마케도니아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 프톨레마이오스와 셀레우코스 왕조의 지배를 거쳤으나, 이 도시가 부유해진 것은 해적들 덕분이었다.
해적들이 자유 도시로 선언한 뒤 그들의 소굴로 삼으며 도시가 발전했고, 기원전 67년 이를 보다못한 로마제국의 폼페이 장군이 이 지역의 해적들을 소탕하면서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게 됐다.
로마제국이 이곳에 해군기지를 두면서 도시는 더욱 융성해 지역의 수도가 됐다.
그 바람에 유대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전파됐으며, 사도 바울이 순례 여행중 이 도시를 들리기도 했다.
훗날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했을 때 시데는 팜필리아 지역의 첫 번째 주교도시가 됐다.
시데는 비잔틴 시대에도 발전했으나 서기 7세기 들어 아랍이 지중해 무역을 주도하면서 도시는 점차 중요성을 잃고 소규모로 줄어 들었다.
13세기, 셀주크 투르크의 지배하에 넘어간 뒤 도시는 버려졌다.
19세기말 오트만 제국에 맞서 크레타섬에서 봉기가 일어났을 때 그리스가 여러 섬들을 합병하자, 섬에서 달아난 사람들이 시데에 정착하면서 마을을 새로 건설하고 술탄의 아들 이름을 따서 셀리미예로 불렀다.
정착민들은 나중에 자치권을 회복한 뒤 이름을 다시 시데로 고쳤다.
시데의 유적이 발굴된 것은 1947~66년이다.
이곳을 발굴한 인물은 바로 페르게를 발굴한 터키의 고고학자 아리프 뮤핏 맨셀 박사다.
지금도 여전히 발굴과 복원이 진행중인 이 곳은 아름다운 해변과 해안가 마을에 유적이 어우러져 역사의 향기를 풍기는 도시가 됐다.
시데는 유적 속에 형성된 도시다. 자동차가 통과하는 저 문을 지나면 고대 로마시대 극장 너머로 현대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고대 극장 북쪽 방면에 상업지구의 광장(아고라)이 정방형으로 위치하고 있다. 광장 서쪽에 거리로 이어지는 출입문이 있었다.
터키 어느 지역에서든 만날 수 있는 국부 아타튀르크 케말파샤의 동상. 터키 공화국을 세운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은 터키의 육군장교로 제 1차 세계대전때 갈리폴리전투에서 영국과 프랑스 공세를 저지한 탁월한 장군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오트만제국이 패배한 뒤 터키 독립전쟁을 주도했고, 1938년 재임중 서거했다.
시데에 오는 이유는 한가지, 바로 아폴로와 아테나 신전을 보기 위해서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구름이 새털처럼 흘러가는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는 하얀 신전이 너무 아름답다.
예전에는 기둥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유적 주변에 쇠울타리를 쳐놓아 다가갈 수 없다.
강렬한 햇볕이 따갑지만 신전이 위치한 해안가는 흘러가는 구름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위를 느끼기 힘들다.
해안가 절벽 위에 형성된 거리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 곳에도 변함없이 카펫 상점들이 있고, 여인이 직접 거리에 나와 카펫을 짜고 있었다. 액자에 담아놓은 카펫의 경우 가격이 20유로 정도 한다.
각종 색깔과 문양으로 장식한 터키 고유의 등이 별처럼 빛나는 상점.
미처 화각에 다 담을 수 없는 짙푸른 지중해와 흰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구름이 번지는 파아란 하늘. 시데는 하늘과 바다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항구를 막은 방파제 양편에 붉은색의 터키 국기가 휘날리고, 포구를 향해 옛 해적선을 닮은 유람선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은 로마제국 시대 해적들의 본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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