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시를 쓰는 데도 사람은 여러 도시와 사람들과 물건을 봐야 한다...모르는 지방의 길, 뜻하지 않은 만남, 오래전부터 생각한 이별.
그것들이 우리 속에 피가 되고 눈짓과 몸가짐이 되고 우리 자신과 구별할 수 없는 이름없는 것이 된 다음에야 우연히 가장 귀한 시간에 시의 첫 말이 그 한가운데서 생겨난다."
일본의 불문학자 모리 아리마사는 추억이 우리의 속에서 피가 되고 눈짓과 몸가짐이 되고 우리와 구별할 수 없는 이름없는 것이 되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그는 많은 경험을 하고, 이를 내면에서 녹여 내야 참다운 글이 나온다고 봤다.
터키의 페르게와 시데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경이로움은 아득한 시간의 흐름을 뚫고 날아온 오랜 역사가 몸 안에서 하나로 녹아드는 '물신일체(物神一體)', 합일의 신비였다.
실로 신화와 현실이 어우러진 장엄한 역사의 무게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했다.
페르게는 안탈리아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가면 나오는 고대 팜필리아의 도시다.
팜필리아는 지금의 안탈리아 지방이다.
트로이 전쟁 후 아르고의 영웅이었던 예언자 몹소스와 카카스가 건설한 식민지로 알려져 있다.
페르게를 처음 발굴한 것은 터키의 고고학자 아리프 맨셀 박사였다.
1905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베를린대에서 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46년 페르게를 발굴하고, 1975년 세상을 떠났다.
학자들에 따르면 출토된 유물로 미뤄 보건대, 페르게는 기원전 4,000년경 초기 청동기 시대에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기원전 7세기 초반, 로도스에 의해 그리스 식민지가 됐으며, 기원전 5세기를 지나며 헬레니즘 문화를 받아들이게 됐다.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게를 이웃 도시인 시데와 아스펜도스를 공략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 삼았다.
서기 1,2세기, 페르게는 로마제국에 편입되며 황금기를 맞았다.
지금 유적으로 발굴 된 스타디움, 극장, 아고라, 공중목욕탕과 열주거리 등은 모두 이때 건설됐다.
페르게는 사도 바울이 첫 번째 전도 여행지로 삼은, 성서에 버가라는 지명으로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페르게는 7세기 아랍의 공격으로 초토화돼 쇠락했다.
오전에 페르게를 둘러 보고 마나브가트에서 점심을 먹었다.
마나브가트는 페르게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달리면 나오는 곳이 마나브가트이다.
안탈리아에서 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곳으로, 로마-그리스 시대 유적으로 유명한 시데도 행정구역상 마나브가트에 속한다.
페르게나 마나브가트 모두 버스가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를 빌리거나 투어패키지를 이용해 살펴보는 게 좋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처음 반기는 유적이 바로 로마의 문이다. 페르게에는 4방면에 건설된 4개의 성문이 있었는데, 이 중 남쪽문이 로마제국시대 건설된 로마의 문이다. 페르게 사람들은 외침을 막기 위해 3세기 말에서 4세기 초에 성벽을 강화하며 이 문을 만들었다.
로마의 문을 지나 조금만 들어가면 한창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유적이 나오는데 바로 헬레니즘 시대의 상징물인 헬렌의 문이다. 바닥에 놓여 있는 돌에는 복원 공사를 위해 검은 펜으로 숫자를 써놓았다. 여기 놓였던 석상들은 안탈리아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렇게 2개의 문을 지나면 멀리 보이는 언덕까지 수백 미터를 뻗어내려간 중심대로가 나온다. 대리석으로 덮힌 대로 한복판에는 시원한 수로가 놓여있다. 한창 번창하던 시절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들이 이 곳에서 얼굴을 닦으며 더위를 식히기 위한 배려다. 양 옆으로는 높게 솟은 열주들이 놓여있고, 그 뒤로 상점들이 즐비하다.
여기가 아고라다. 가로 75m, 세로 75m의 정방형 건물이었던 아고라는 가운데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광장이 있고, 남쪽과 서쪽에 북쪽과 서쪽에 상점들이 즐비했다. 상점들은 고품질의 음식과 다른 지역에서 수입한 상품들을 팔았다. 출입문은 네 방면에 모두 뚫려 있다.
열주들 뒤쪽 복도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오락기구. 당시 사람들은 일종의 장기판처럼 생긴 네모난 테이블을 마주보고 놓인 돌 의자에 앉아 게임을 했다.
과거의 영화는 오간데 없고 폐허가 된 도시에는 이따금 들리는 관광객 외에 개들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털이 더러운 양떼들이 성벽 위로 풀을 뜯으러 몰려 다닌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마나브가트 폭포. 마나브가트강을 따라 북으로 3km쯤 올라가면 있는 이 폭포는 높이 2m에 자그마한 폭포다. 물이 맑은 편이다. 이 옆에 앉아 폭포를 보며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마나브가트는 상업과 농업중심의 작은 도시로, 매주 월요일에 장이 열린다. 마나브가트는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오르며 폭포를 볼 수 있다.
이번 출장 길에 묵은 벨렉의 레그넘 칼랴 리조트. 안탈리아시에서 자동차로 40분쯤 떨어진 벨렉에 있다. 골프장과 워터파크, 풀빌라와 실내 수영장, 스파, 3개의 축구장고 프라이빗 비치를 갖추고 있다.
현재 호텔과 빌라 건물, 골프장 등만 개장한 상태이며 워터파크 등 전체 시설은 올 여름 개장한다. 전면 거울 속에서 TV가 켜지는 미러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개별 예약시 1박에 79만원으로 꽤 비싼 편. 안탈리아 시에서 꽤 떨어져 있어 도시 관광을 하기에는 불편하다.
공항을 오가며 VIP를 실어 나르는 리조트 헬기. 뒤에 보이는 건물이 호텔 동이다. 건물 위쪽에 터키 어디가가 볼 수 있는 악마의 눈이 붙어 있다. 다운타운까지 운행하는 셔틀 조차 없어 시내에 나가려면 택시를 불러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팀이 이곳에서 전지훈련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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