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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피아니스트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 24. 23:44
진실의 힘은 위대하다.
그렇기에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커다란 울림을 준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년)는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의 문턱을 수 없이 넘긴 유명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다.
제 2 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인 1939년 폴란드의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스필만은 조국을 점령한 나치 독일에 의해 유대인 거주제한구역인 바르샤바 게토에 갇힌다.

그곳에서 가족들은 죽음의 트레블링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최후를 맞고, 친구의 도움으로 도망친 그는 거지처럼 숨어 지내며 목숨을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날, 스필만은 하필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지만 음악을 좋아했던 장교는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를 도와준다.

종전 직후 스필만은 자신의 이야기를 '죽음의 도시'라는 회고록으로 펴냈으나 당시 폴란드 공산정권에 의해 금서가 됐다.
그렇게 묻혀 있던 책은 1999년 아들이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 다시 펴내면서 세상의 빛을 봤다.

이 책을 읽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직접 스필만을 두 번 정도 만났다.
폴란스키 감독이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자신도 스필만처럼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크라코프 게토에 갇혔던 유대인이기 때문.

폴란스키 감독의 부모는 결국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어머니는 가스실에서 처형당하고 아버지만 살아 남았다.
다행히 폴란스키 감독은 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크라코프 게토에서 달아나 목숨을 건졌다.

폴란스키 감독은 자신의 이런 비극적인 경험을 스필만 이야기와 적절히 섞어서 영화화했다.
즉, 이 작품은 스필만과 폴란스키의 끔찍한 경험이 만난 생생한 증언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감정 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말도 안되는 당시 참상을 뉴스 화면처럼 잿빛 영상으로 담담하게 전한다.
그 점이 오히려 몸셔리 쳐지도록 끔찍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스필만의 고통을 통해, 생애 마지막 연주가 될 수 있는 죽음의 문턱에서 건반을 누르는 예술가의 고통이 아름다운 연주로 승화되는 장면을 통해 음지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제 55회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입자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샤프니스가 또렷하고 색감이 좋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웅장하고 박력있다.
특히 리어 활용도가 높아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비하인드 스토리와 배우 및 감독 인터뷰, 스필만의 연주, 촬영현장 풍경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2장으로 구성된 이 타이틀의 두 번째 디스크는 영화 속 주옥같은 클래식 곡들을 수록한 음반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애드리언 브로디가 주인공인 스필만 역을 맡았다. 그는 촬영에 필요한 곡을 어느 정도 연주할 수 있도록 매일 피아노 연습을 했다.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바르샤바에 살던 스필만의 가족들은 모든 것을 잃고 유대인 거주제한구역인 게토에 갇힌다.

이 영화는 스필만과 로만 폴란스키의 경험이 섞여 있다. 나치의 명령으로 유대인 표시인 다윗의 별 완장을 차고 외출한 스필만의 아버지가 나치 장교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 뺨을 맞고 인도가 아닌 빗물 도랑으로 걸어야 했던 이야기는 스필만의 실화가 아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버지가 겪은 실화다.

게토에서 나치 장교에게 질문을 했다가 총을 맞는 유대 여성 이야기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크라코프 게토에서 직접 본 감독의 실화다. 촬영은 파웰 에델만이 맡았다.

스필만이 유대 경찰이었던 친구의 도움으로 죽음의 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달아난 이야기는 스필만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경험이 섞여 있다. 폴란스키 감독도 폴란드인 경비병이 눈감아줘 수용소행 열차를 타기 전에 빠져 나왔는데, 뛰려하자 경비병이 "뛰지마, 걸어"라고 외쳐서 목숨을 건졌다. 폴란스키 감독은 이 경험을 영화 속 대사로 살렸다.

바르샤바 게토는 바르샤바에 거주했던 유대인 36만명을 수용했으나, 나중에 다른 유럽지역 유대인들까지 끌려와 50만명으로 늘었고, 나치의 공공연한 학살과 굶주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강제수용소로 실어 가기전에 유대인을 임시로 모아놓은 광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도 스필만처럼 이 곳에 갇혀 있을 때 빠져 나왔다.

폴란스키 감독은 이 장면을 실제 역사의 현장인 바르샤바에서 찍었다. 그러나 게토가 있던 지역은 현대 건물로 바뀌어 대신 옛 건물이 남아 있는 프라가 지역에서 찍었다.

게토에 남아 있던 4만명의 유대인들은 1943년 조직을 만들어 폭동을 일으켰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4만명 중 무장한 사람은 200명 뿐이어서 전투 중 7,000명이 죽었고 나머지 3만여명은 나중에 처형당했다. 종전까지 바르샤바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은 20명 뿐이었고 그 중 하나가 스필만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는 베를린에서 촬영. 구 소련군 주둔지여서 철거 예정이었던 곳을 베를린 당국의 허가를 받아 파괴한 뒤 촬영했다. 즉, CG가 아닌 실물이다.

너무나 감동적인 장면. 독일군에게 발각된 스필만이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건 아름다운 연주를 한다. 이때 흘러나오는 유명한 곡이 바로 쇼팽의 발라드 1번이다. 그가 고른 이 곡은 사연이 있다. 쇼팽은 폴란드 시인 미키예비치가 쓴 '콘라드 발렌로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 리투아니아의 실존 영웅이었던 발렌로드는 독일과의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절치부심 끝에 독일군 지휘자가 돼 리투아니아와 전쟁을 벌여 독일이 처참하게 패배해도록 꾸민 뒤 자결했다.

스필만의 연주를 들은 뒤 그를 살려준 독일 장교는 빌헬름 호센펠트다. 그는 구 소련의 포로수용소로 끌려갔다가 그 곳에서 1952년 사망했다.

1911년생이었던 스필만은 300곡 이상을 작곡한 폴란드의 유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영화 촬영 수개월 전인 2000년에 88세 나이로 타계했다. 극 중 현란한 연주는 야누스 올레니차크가 대신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 블루레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애드리언 브로디 주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피아니스트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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