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헐크를 먼저 알린 것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TV 시리즈였다.
마블 코믹스가 국내에 나오지 않았기에 스탠 리가 그린 만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특히 헐크가 초록색 괴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국내 방영됐던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는 흑백 방송시절이어서 헐크가 초록색일 줄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흑백의 이미지가 헐크를 훨씬 더 위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본 초록색 헐크는 무섭다기보다 왠지 우스꽝스러웠다.
당시 헐크는 국내 TV에서 마땅히 볼게 많지 않던 시절이라 열심히 보기는 했지만 '600만불의 사나이'나 '원더우먼' '소머즈' 등에 비하면 별로 인기가 없었다.
아무래도 못생긴 괴물이 주인공이고, 헐크가 활약할때까지 못난이처럼 당하는 배너 박사의 모습이 참 답답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 이안 감독의 영화로 만난 '헐크'(Hulk, 2003년)는 TV 시리즈와 많이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헐크의 탄생과 헐크라는 괴물 그 자체였다.
TV 시리즈에서는 아내의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연구하던 배너 박사의 실험이 잘못돼 헐크가 탄생했지만 영화에서는 에릭 바나가 연기한 주인공 브루스 배너의 아버지가 아기 시절부터 주사를 놓으며 고의로 헐크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영화속 헐크는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부작용의 산물이다.
영화 속 헐크의 위력도 TV 시리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총이나 대포를 맞아도 죽지 않고 심지어 날아오는 미사일을 잡아서 이빨로 물어 뜯는 괴력을 발휘한다.
점프를 하면 벼룩처럼 자신의 몸에 수십, 수백배를 뛰어 오르며 달리는 속도도 엄청 빠르고 까마득한 하늘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위력만 놓고 보면 헐크는 가히 천하무적이다.
당연히 헐크가 벌이는 액션은 악당 몇 명이 달려드는 TV 시리즈를 훨씬 능가해 탱크와 전투기가 등장하는 스펙터클한 싸움이어서 요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ILM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한 헐크는 과거 TV 시리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로 부풀며 변신한다.
그러나 시각적 변화를 벗어나면 고뇌하는 주인공의 이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TV 시리즈의 빌 빅스비에서 에릭 바나로 배우는 달라졌지만 항상 분노의 표출 끝에 행사한 폭력에 대해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여전하다.
여기에 이안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 헐크에게도 감정을 이입했다.
TV 시리즈의 헐크는 그저 분노 덩어리일 뿐이지만 이안 감독의 헐크는 분노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정으로 드러낸다.
그런 점들이 여타 슈퍼 히어로물과 다른 점이다.
즉 슈퍼 히어로 자체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탄생하다보니 존재의 부정과 존재 자체에 대한 괴로움이라는 무거운 감정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그래서 다른 슈퍼 히어로물과 달리 우울하고 무거운 영웅담이 돼버렸다.
어찌보면 그런 것들이 이안 감독의 차별화 요소일 수 있으나 일부 관객들에게는 난해하고 어두운 작품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일반 블루레이보다 윤곽선이 명료하고 색감도 더 선명하다.
DTS X를 지원하는 음향은 다양한 소리들이 각 채널을 자유롭게 오가며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 준다.
부록으로 헐크의 역사, 제작과적, 화면구성과 액션 연출, 이안 감독의 연출 스타일, 스턴트, ILM과 음악 설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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