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터미네이터(블루레이)

울프팩 2009. 7. 1. 22:36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 중, 고등학교에서 시험이 끝나면 단체로 극장에 영화 관람을 갔다.
고맙게도 우리 학교는 고 3도 예외가 아니었다.

햇볕 따뜻한 1985년 5월, 중간고사 후 단체 관람 영화는 '머나먼 다리'였다.
소싯적에 단체로 졸며 봤던 기억이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다른 길로 샜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단성사와 피카디리가 마주 보고 있던 종로 3가다.
당시 피카디리에서는 잭 니콜슨이 등장하는 마피아 영화 '프리찌스 오너'를 했고, 건너편 단성사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사내가 나오는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1984년)를 상영했다.

그때 터미네이터는 수개월째 장기 상영 중이었지만 정보에 어두웠던 우리는 잭 니콜슨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무척이나 졸린 '프리찌스 오너'를 봤다.
그것이 아주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렇게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터미네이터'는 국내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를 일약 불세출의 스타로 만든 작품이다.
그전에 '코난'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역시 아널드는 '터미네이터'가 제격이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위세는 대단했다.
덕분에 선한 주인공 마이클 빈(Michael Biehn)보다 악역인 아널드가 더 인기를 끌었다.

내용은 인류를 말살하고 지구를 정복하려는 슈퍼컴퓨터가 창조해 낸 기계 군단과 인류의 싸움을 그렸다.
캐릭터와 더불어 탐욕스러운 기계 문명에 경도돼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인류에게 던지는 카메론 감독의 준엄한 경고성 메시지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짜릿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었다.
4편까지 거듭한 시리즈의 시작이고 터미네이터 세계관을 만든 훌륭한 작품이다.

미국에서 나온 1080p 풀 HD 영상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비교적 블루레이 초창기 타이틀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블루레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화질이 떨어진다.

블루레이 특유의 칼 같은 샤프니스는 DVD보다 뛰어나지만 온갖 잡티와 스크래치 등 필름 노이즈가 그대로 수록됐다.
마치 197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화질이다.

그러나 무압축 PCM 5.1 채널과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훌륭하다.
사방을 휘감는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하다.

본편에 한글 자막이 들어 있지만 시각효과, 제작과정, 삭제 장면 등 부록은 한글 자막 및 영어 자막도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터미네이터로 등장한 아널드의 위세는 대단했다. 특히 무표정과 거구에서 풍기는 공포감이 압권이다.
인트로에 나오는 미래 전쟁 장면은 미니어처 세트에서 촬영. 기계군단의 비행정은 와이어를 이용해 조종했다.
터미네이터의 등장을 알린 유명한 장면. 이 작품에는 미래 전쟁과 안드로이드, 타임머신 등 SF 요소가 모두 녹아 있다.
처음 터미네이터 역에 유명 미식축구 선수 출신 OJ 심슨이 내정됐으나 그가 거부해 아널드에게 넘어갔다. 원래 아널드는 마이클 빈 역할을 할 예정이었으나 본인이 터미네이터 역을 원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유럽에서 다른 영화를 찍다가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여주인공을 맡은 린다 해밀턴. 1980년대 TV 시리즈 '미녀와 야수'에서 미녀로 등장해 친숙한 얼굴인데, 왜 미녀인지 의아했다.
훌륭한 컴퓨터 그래픽도 없고 특수효과도 떨어졌던 시절이라 어색한 장면이 자주 보인다. 터미네이터가 부상당한 눈을 스스로 고치는 유명한 장면에 등장하는 아널드 얼굴은 인공으로 만든 더미 로봇이다.
당시 이 작품은 아널드가 '코난 2'를 촬영하는 바람에 9개월이나 제작이 연기됐다.
1편 때부터 오토바이를 탄 모습이 볼 만했다.
트럭 폭발 장면은 소형 모형 트럭을 만들어 촬영.
악역이 워낙 출중해 빛 바랜 주인공 마이클 빈. 카메론 감독의 '에이리언 2'에서 인상적 연기를 선보였으나 잘 안 풀렸다.
터미네이터의 진짜 실체는 골격에 있다.
이 작품은 불사신의 끝없는 추적이 주는 공포가 대단하다. 몸이 조각나도 쫓아오는 장면이 소름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