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한을 소재로 다룰 때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듯, 미국에게는 중동이 그렇다. '람보'처럼 화끈하게 때려부수는 오락 영화가 아니라면 진지하고 정치적인 접근은 관점과 생각에 따라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The Hurt Locker, 2008년)는 조심스런 선택을 했다. 미군 폭발물 제거반(EOD)의 모습을 통해 중동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미군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요란한 액션이나 총격전은 없지만 폭탄이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위험한 곡예를 펼치듯 폭발물을 해체하는 EOD의 모습은 전쟁 영화보다 더 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중동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물론 그 시각이 미군 일변도의 단편적이라는 점이 문제지만 상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