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고지전 2

햄버거 힐(블루레이)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5월 10일 미군의 제101 공수부대는 북베트남과 베트콩이 차지하고 있던 에이자우산의 937 고지를 공격했다.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 베트콩이 자주 출몰하자 이들을 섬멸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지리적인 상황이 미군에게 아주 불리했다. 경사가 가파른 봉우리는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숲이어서 적이 보이지 않아 공중폭격이 힘들었다. 거기에 북베트남군은 산 전체에 거미줄처럼 땅굴을 파고 숨어 있다가 사방팔방에서 나타나 총질을 했다. 지금은 호찌민시로 이름이 바뀐 사이공에서 관광상품으로 볼 수 있는 월남전 당시 파놓은 땅굴에 들어가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양쪽 어깨가 벽에 쓸릴 정도로 좁고 낮은 굴을 따라 가보면 커다란 학교, 광장 등이 나오는 등 완전 지하도시를 방불케 한다. 어..

고지전 (블루레이)

장훈 감독의 '고지전'(2011년)은 지난해 본 우리 개봉영화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전장의 긴박한 상황과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깔끔하면서도 공감이 가도록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전장에 나즈막히 깔리는 노래 한 자락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것도 한국전쟁 당시 히트한 고(故) 신세영의 '전선야곡'을 골라 병사들의 애절한 심경을 잘 드러냈다. '전선야곡'이 우리 영화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한국전쟁 초반 상황에 이 곡이 나오지만, 실제 이 곡은 1952년에 등장해 고증에서 어긋났다. 사실과 다르다보니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나왔는 지 조차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는 반면, '고지전'에서는 노래가 주연 배우 못지 않은 무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