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괴물 3

셰이프 오브 워터(블루레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들은 환상이라는 거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처럼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다른 모습으로 비친 거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캐릭터들이다. '헬보이'부터 '블레이드 2' '판의 미로'를 거쳐 '셰이프 워터'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기이한 존재들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능력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공포가 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 델 토로는 비현실적인 존재들을 통해 어느 사회나 안고 있는 이질적인 존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우리의 모습을 거꾸로 비춰 보여줬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

경계선(블루레이)

알리 아바시 감독이 만든 스웨덴 영화 '경계선'(GRANS, 2018년)은 참으로 기이한 영화다. 영화의 이야기와 소재, 영상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든 것이 기이하고 낯설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면서도 슬프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자리를 잡는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따지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괴이한 외모를 가진 여성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냄새로 사람들의 범죄를 알아내는 특이한 재주를 지녔다. 덕분에 항구에서 입항하는 사람들의 검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한다. 이 곳에서 그는 냄새로 아동 포르노 범죄자들을 잡아내기까지 한다. 그곳에서 티나는 우연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외모를 지닌 남성 보레(에로 밀로노프)를 만난다. 티나는 벌레를 잡아서..

괴물(The Thing-4K)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The Thing, 1982년)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져오는 극한의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 수작이다. 존 캠벨 주니어의 원작을 토대로 1951년 제작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남극의 과학기지에 스며든 정체모를 괴물과 기지원들의 사투를 다뤘다. 1980년대 작품인 만큼 특수효과가 뛰어나거나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전달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모든 볼거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빛난다. 영화를 보다 보면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런 점에서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보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카펜터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