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권해효 7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2011년)는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해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의 영화 중에 외국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도 처음이거니와, 프랑스의 유명한 여배우가 주인공을 맡았으니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평소 홍 감독 영화를 좋아한 위페르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응했고, 저예산 영화라는 점을 알고 매니저나 코디네이터 일체 거느리지 않고 혼자 방한했단다. 영화는 보이지 않게 연결된 서로 다른 3편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배우와 장소만 동일할 뿐 그들이 빚어내는 상황과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다만 등대, 우산, 해변, 안전요원, 텐트, 펜션 등 어떤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얼굴을 내밀며 마치 토막난 꿈처럼 각기 다른 단편이지만 연결성을 암시한다. 홍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우..

시라노 연애조작단

어려서 TV에서 본 흑백영화 '시라노'는 참으로 슬픈 영화였다. 1950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우스꽝스럽게 코가 큰 검객 시라노가 다른 사람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이야기다. 하필 연애 편지의 대상은 시라노가 사랑하는 여인. 못난 외모 때문에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시라노의 대필 덕분에 남자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시라노는 끝까지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면서 시라노와 함께 참전한 남자가 죽고 만다. 시라노도 중상을 입었지만 남자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사랑하는 옛 여인을 찾아간다. 그제사 여인은 뒤늦게 편지의 주인공이 시라노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시라노는 숨을 거두고 만다. 이 가슴 아픈 이야기가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로 다시 ..

영화 201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