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하하하'(2009년)는 제목 그대로 그 황당함에 하하하 웃게 되는 영화다. 언제나 그렇듯 홍 감독 특유의 엉뚱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의 영화를 여러 편 보았으니 이제는 익숙할 만도 한데, 언제나 그렇듯 그 엉뚱함이 낯설면서도 유쾌하다. 이 영화는 구성이 독특하다. 청계산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와 후배가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들이 최근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풀어간다. 그들이 각각 따로 경험한 낯선 이야기 속에는 공교롭게 두 사람이 동시에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를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셈이다. 참으로 희한하면서도 기발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체적인 삶이 타인에게는 객체일 수 있고, 반대로 그들에게는 아무 상관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