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갑수 3

태백산맥(블루레이)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같은 대하소설은 영화로 만들기 힘든 작품들이다. 두어 시간 남짓한 상영시간에 압축해 소화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굳이 만든다면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 감독처럼 여러 번 끊어 만들 수밖에 없을 듯싶다. 삼국지도 영화의 경우 재미있는 부분만 끊어서 만든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박경리의 '토지'처럼 긴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조정래의 10권짜리 대하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1994년)은 용감하면서 무모한 도전이다. 아쉬움 큰 영화 2시간 44분의 남과 북이 이념 대립으로 갈리게 된 민족 비극의 배경을 모두 녹여 넣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강철비 (블루레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인 요즘 남북경협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른 조치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원래 핵 무기 보유국의 비핵화 조치는 선택지가 많지 않아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선택 가능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핵 무기 보유국이 해당 무기를 스스로 폐기하는 방법과 주변 국가에서 핵 무기를 보유해 핵 억제력을 확대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피해야 할 최악의 수단이 공격 등 여러 압박을 통한 강제 폐기 조치다. 우리는 당연히 북한이 스스로 핵 무기를 폐기해 이 땅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에 걸쳐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보니 쉽지 않다. 양우석 감독은 웹툰 등으로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한 끝에 영화 '강철비'(2017년)를 내놓았다..

장화,홍련 (블루레이)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년)은 참으로 묘한 영화다.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탐미적인 아름다움이 곳곳에 도사린 작품이다. 제목은 계모에게 구박받는 장화 홍련의 전래 설화를 연상케 하지만, 모티브만 빌려 왔을 뿐 내용은 설화와 다르다. 뒤틀린 가족관계가 가져오는 긴장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사건의 윤곽을 모호하게 처리해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그만큼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의 분위기를 지녔으며서도 엄마 잃은 자매의 슬픔을 간직한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아름다운 미술이다. 인물의 의상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배경의 강렬한 색감과 꽃무늬 벽지와 가구의 배치 등이 하나의 정물화를 보는 것처럼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극단적 콘트라스트를 추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