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품 '하녀'는 영화 애호가들이 명작으로 꼽는 영화다. 특히 작가주의 감독들 사이에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이다. 그런 만큼 리메이크를 할 경우 철저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년)는 원작에 대한 부담이 컸던지, 이상하게 뒤바꾼 설정 때문에 연구와 고민의 흔적이 묻혀 버렸다. 우선 임 감독은 원작에서 벌어지는 생존의 문제들을 욕정의 싸움으로 바꿔 놓았다. 다같이 배고팠던 60년대에 여공이나 하녀라는 직업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원작의 어린 여성들도 밥을 먹기 위해 여공이나 하녀가 됐고, 그렇다보니 갇힌 세상 안에서 순수한 사랑에 눈을 뜬다. 60년대 여성들의 사랑은 한 번 바친 순정이 곧 목숨이었다. 그래서 돈의 문제를 떠나 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