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인권 8

광해, 왕이 된 남자

1,00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하니, 누군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는 그렇게 구를수록 점점 커지는 눈덩이처럼 소문으로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다. 순전히 입소문 만은 아니다. CGV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이름에 '광'자와 '해'자가 들어간 사람을 끌어모으는 등 각종 마케팅까지 더해진데다, 대종상 시상식에서 무려 15개 상을 싹쓸이한 효과도 있다. 그 바람에 욕도 많이 먹지만, 무턱대고 욕만 먹을 영화는 아니다. 나름 그럴듯한 상상력에 적절한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볼 만 하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 재위 기간 중 사라진 15일을 순전히 상상해서 지어낸 이야기는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왕이 암살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바꿔 똑같이 생긴 허수아비를 내..

영화 2012.11.02

방가 방가

육상효 감독의 영화 '방가 방가'(2010년)는 독특한 코미디다. '아이언 팜' '달마야 서울가자' 등 육 감독의 전작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과정을 희화화해서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에 그가 고른 소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여기에 요즘 청년 실업 문제를 붙였다. 주인공 방가(김인권)는 취업이 잘 안되다 보니 부탄 사람 행세를 하며 외국인 노동자로 공장에 취업한다. 여기서 영화는 청년실업과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맞부딪친다. 즉 외국인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으로 국내에 들어와 일하면서 일자리를 잠식하는 문제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저임금 취업이 반드시 일자리 잠식과 연계되는 지 짚어봐야 한다. 그들이 하는 일이 사람들이 힘들어 기피하는 3D 업종에 ..

해운대

한국형 본격 재난영화를 표방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쓰나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피서철 사람들이 몰리는 휴양지인 해운대를 무대로 선택한 점과 2004년 서남아시아를 덮친 재해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는 쓰나미를 소재로 삼아 현실감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내용은 최근 동해안에 자주 발생하는 지진이 대마도를 강타하면서 그 여파로 부산 해운대에 거대한 메가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등이 출연했다. 구성은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거대한 자연의 파괴력을 동반한 재난으로 아수라장이 된 후, 다시 삶이 바뀌는 전형적인 재난물의 기승전결을 따른다. 결국 구성이 같을 수 밖에 없다면 승부는 얼마나 재난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가에 달렸다. 그런 ..

영화 2009.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