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지영 7

시라노 연애조작단

어려서 TV에서 본 흑백영화 '시라노'는 참으로 슬픈 영화였다. 1950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우스꽝스럽게 코가 큰 검객 시라노가 다른 사람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이야기다. 하필 연애 편지의 대상은 시라노가 사랑하는 여인. 못난 외모 때문에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시라노의 대필 덕분에 남자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시라노는 끝까지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면서 시라노와 함께 참전한 남자가 죽고 만다. 시라노도 중상을 입었지만 남자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사랑하는 옛 여인을 찾아간다. 그제사 여인은 뒤늦게 편지의 주인공이 시라노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시라노는 숨을 거두고 만다. 이 가슴 아픈 이야기가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로 다시 ..

영화 2010.09.2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1등을 고집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 세상에서 2등은 곧 루저요, 패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2등의 이야기로 1등 못지 않은 꿈과 희망, 감동을 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핸드볼팀은 2등이었지만 위대한 루저였다. 핸드볼이 발붙일 곳 없는 척박한 토양에서 살림과 운동을 함께 하며 신화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단한 삶이, 신산스런 나날이 영화를 보는 동안 절로 한숨이 나오고 지치게 만든다. 어찌보면 그래서 1등이 더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저렇게까지 해서 얻는게 무엇인가. 영화속에서는 실업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는데도 불구하고 팀이 해체되면서 초등학교 핸드볼팀으로 옮겨간 어느 감독의 입을 빌어 이..

영화 2008.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