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동물원 2

해치지 않아(블루레이)

손재곤 감독의 '해치지 않아'는 황당무계한 코미디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새로 부임한 법무법인 출신의 변호사 태수(안재홍)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동물을 사 올 방법이 없자 영화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회사에 의뢰해서 그럴듯한 동물탈을 만들고 이를 동물원 직원들이 뒤집어쓴 채 동물 노릇을 한다는 발상이다. 우리에서 멀리 떨어져 보면 잘 안 보이고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벌인 일이다. 태수의 생각은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어 허를 찌르는 역발상이다. 그때부터 동물원 직원들은 북극곰, 사자, 나무늘보, 고릴라가 돼서 사람들을 맞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북극곰 탈을 뒤집어쓴 태수가 갈증을 못 참고 콜라를 마시다가 사람들에게 들킨다. 그런데 오히려 이 ..

피터 그리너웨이의 동물원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작폼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는 즐거움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미술학도였던 그는 각 장면을 하나의 그림 액자처럼 꾸며낸다. 아닌게 아니라, 자신을 가리켜 "영화로 일하는 화가"라고 지칭했을 만큼 그리너웨이 감독은 영상미에 집착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줄거리를 떠나 프레임 하나 하나가 한 폭의 그림같다. 하지만 그가 영상으로 그린 그림은 비단 아름다운 그림만 있는 게 아니다. 미와 추, 삶과 죽음 등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영상을 통해 그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세상의 모습을 비춘다. 피터 그리너웨어 감독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피터 그리너웨이의 동물원'(A Zed & Two Noughts, 1985년)이라는 희한한 제목이 붙은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내용은 백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