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두더지 2

돼지의 왕

잔혹 스릴러를 표방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년)은 여러 작품이 중첩돼 있다. 우선 일본 중학생들의 우울한 삶을 다룬 후루야 미노루의 걸작 만화 '두더지'와 권력의 속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그리고 유하 감독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등이 엉켜 있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두더지) 어느 중학교에서 또래 집단간에 벌어진 학원 폭력의 이야기를 미스테리 스릴러처럼 다루었다. 무엇보다 탄탄하고 흡입력있는 이야기가 영화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특히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캐릭터 하나하나에 감정이입이 잘 돼 있고 메시지 전달도 설득력있다. 그만큼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김꽃비 등..

두더지

후루야 미노루(古谷実)의 만화 '두더지'는 우연히 발견한 걸작이다. 만화의 주인공 스미다는 중학교 3학년생. 그렇지만 중학생답지 않은 조숙함으로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그의 꿈은 단 하나, 오로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 또래 친구들처럼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는 것에 관심이 없다. 그저 험한 세상에서 한 몸 간수하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주인공의 꿈이다. 그래서 그는 꿈을 묻는 친구에게 말한다. "난 두더지처럼 숨어 살 거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삶은 더 할 수 없이 피폐하다. 어머니는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버렸고 아버지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거리의 부랑자가 됐다. 결국 중3생 스미다는 학교를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이 만화에 10여 년간 장기불황에 허덕인 일본인의 삶이 녹..

200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