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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돼지의 왕

울프팩 2012. 9. 15. 16:27
잔혹 스릴러를 표방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년)은 여러 작품이 중첩돼 있다.
우선 일본 중학생들의 우울한 삶을 다룬 후루야 미노루의 걸작 만화 '두더지'와 권력의 속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그리고 유하 감독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등이 엉켜 있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두더지)

어느 중학교에서 또래 집단간에 벌어진 학원 폭력의 이야기를 미스테리 스릴러처럼 다루었다.
무엇보다 탄탄하고 흡입력있는 이야기가 영화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특히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캐릭터 하나하나에 감정이입이 잘 돼 있고 메시지 전달도 설득력있다.
그만큼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김꽃비 등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좋았고 스토리 전개가 흥미롭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점이 흠이다.
아마도 비용이나 시스템 등 제작환경이 할리우드나 지브리스튜디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이는데, 그림의 디테일이나 움직임 등이 기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진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성인이 된 두 주인공이 옥상에서 다투는 장면에서는 그림자 표현 등이 제대로 안돼 배경과 캐릭터가 마치 분리된 것처럼 따로 노는 느낌이다.
또 일부 교실 장면에서는 같은 씬인데도 컷에 따라 교실에 걸린 시간이 다르게 표시되는 등 디테일에도 문제가 있다.

학원 폭력의 문제점을 다룬 감독의 의도는 좋았는데 중요한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떨어지다 보니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돼버렸다.
차기작에서는 더 나은 발전을 기대해 본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감독, 영화평론가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자살한 여인의 충격적인 그림으로 시작한다. 연 감독은 이 작품이 일본만화 '두더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동네 장면은 상수역 부근을 그대로 살렸다. 이 작품은 실제 촬영 영상 위에 그림을 덧입히는 로토스코핑 기법 등이 쓰였다.
캐릭터 얼굴들은 감독이 중학교 졸업앨범 속 사진을 보고 그리는 등 실제 인물들을 인용했다.
철이는 '말죽거리잔혹사'의 이정진 역할처럼 친구들이 믿고 의지하나 몰락하는 영웅의 모습을 담았다. 어떤 점에서는 몰락한 영웅에 대한 실망 등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 속 엄석대를 떠올리게 한다.
철이 목소리는 '카페 느와르'에 나온 김혜나가 맡았다. 감독은 철이와 두상이 닮아 섭외했단다. 철이의 모습은 일본영화 '아무도 모른다'에 나오는 주인공 소년 야기라 유야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여자용 게스 청바지를 입고 왔다가 아이들이 바지를 찢어 놀리는 장면은 연 감독이 다닌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근처 신구중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란다.
고양이를 칼로 찌르며 담력을 키우는 장면 등은 조폭 영화를 연상케 한다. 그만큼 일부 장면은 잔혹하다.
전학생에게 오줌을 뒤집어씌우며 괴롭히는 장면도 감독이 중학교 시절 실제 있었던 일이란다.
캐릭터는 '습지생태보고서' '울기엔 좀 애매한' 등의 만화를 그린 최규석 작가가 그렸다.
이 작품은 배우들이 먼저 목소리를 녹음하고 여기 맞춰 그림을 그리는 선녹음 후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
옥상 싸움 장면은 유하 감독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닮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카메라 앵글, 인서트 컷에서 대사로 넘어가는 프레임 등 양식화된 장면들도 보인다.
성인이 된 경민의 목소리는 배우 오정세, 종석의 목소리는 '똥파리'를 만든 양익준 감독, 어린 종석의 목소리는 '똥파리'에 나온 김꽃비가 맡았다.
연상호 감독은 연출과 시나리오, 배경미술, 원화, 동화, 편집에 일부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까지 했다.
이 작품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받았다. 연 감독은 내년 상반기 개봉을 위해 사이비 종교 문제를 다룬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만들고 있단다. 여기에도 양익준 감독과 오정세 등이 목소리 연기로 출연한다.
두더지(HIMIZU) 1
후루야 미노루 글그림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돼지의 왕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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