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1980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맥퀸이다. 이유는 그의 얼굴 때문이다.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주름진 그의 얼굴은 세상살이의 험난함이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얼굴 가득 여유와 달관의 낙천적인 기운이 흐른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위기 상황이 펼쳐져도 그라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황야의 7인' '대탈주' '게터웨이' '타워링' '빠삐용' 등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랬다. 바로 그 고단함과 여유가 혼재한 얼굴이 좋아서 세상을 떠난 지 26년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를 놓지 못한다. 중학생이었던 80년,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당시 DJ를 본 배우 강수연이 그의 죽음을 알리던 멘트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채 엇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피터 예이츠 감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