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방콕 2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블루레이)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19년)는 해외판 '아저씨' 같은 영화다. 살인청부업으로 먹고사는 전직 비밀공작원 인남(황정민)이 엄마를 잃고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하필 인남이 의뢰를 받아 죽인 야쿠자 두목에게는 잔혹한 킬러 동생 레이(이정재)가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레이는 태국까지 인남을 쫓는다. 인남은 태국의 장기밀매 조직과 레이 모두에게 추격을 당하면서 힘든 싸움을 벌인다. 뛰어난 싸움꾼이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단신으로 장기밀매 조직과 싸우는 얘기는 '아저씨'와 닮았다. 다만 싸움의 스타일과 스케일이 다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인남은 '아저씨'의 원빈이 목욕탕에서 보여준 화려한 개인기 액션과 달리 총싸움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잔혹..

화양연화 (블루레이)

왕가위 감독의 걸작 '화양연화'(2000년)는 엇갈린 인연과 사랑에 대한 영화다. 양조위와 장만옥이 연기한 남과 여는 묘하게도 얽힌 인연 때문에 바람을 피는 불륜의 관계이지만, 그들은 끝까지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고집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 이상의 진전을 원치 않고 서로의 사랑을 가슴에 묻는다. 과연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시간이 흘러 서로가 돌아보았을 때 그들의 가슴에 남는 것은 안타까운 그리움과 회한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나간 사랑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의미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로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시간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낯선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으로 발전했다가 남남이 된 후 서로가 그리워 하는 감정의 변화를 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