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19년)는 해외판 '아저씨' 같은 영화다.
살인청부업으로 먹고사는 전직 비밀공작원 인남(황정민)이 엄마를 잃고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하필 인남이 의뢰를 받아 죽인 야쿠자 두목에게는 잔혹한 킬러 동생 레이(이정재)가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레이는 태국까지 인남을 쫓는다.
인남은 태국의 장기밀매 조직과 레이 모두에게 추격을 당하면서 힘든 싸움을 벌인다.
뛰어난 싸움꾼이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단신으로 장기밀매 조직과 싸우는 얘기는 '아저씨'와 닮았다.
다만 싸움의 스타일과 스케일이 다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인남은 '아저씨'의 원빈이 목욕탕에서 보여준 화려한 개인기 액션과 달리 총싸움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잔혹한 칼싸움에 의존한다.
인남을 죽이려는 레이는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막강한 화력으로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좀처럼 국내에서 벌어지기 힘든 액션 때문에 무대 또한 태국과 일본 등 해외로 확대됐다.
이를 위해 유명한 홍경표 촬영감독은 공간이 달라질 때마다 기본 색조를 다르게 촬영하는 방법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일본 촬영은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청회색조를 강조했고 태국 촬영은 덥고 습하면서 먼지 냄새가 날 것 같은 필터링된 황갈색톤을 부각시켰다.
화려하고 요란한 액션과 스타일리시한 촬영 덕분에 보는 재미는 있지만 액션에 치중하다 보니 이야기의 개연성은 좀 부족하다.
인남이 아이를 찾고 레이가 인남을 쫓는 추격전 과정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치 자석처럼 인남이 있는 곳에 자동으로 레이가 등장한다.
물론 레이는 인남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레이를 찾는 설정이지만 게임 속 캐릭터들처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딱 맞춰 나타나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개연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오로지 핏빛 증오와 복수를 향해 캐릭터들을 몰아친다.
성격이 명확한 캐릭터들을 맡은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등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았다.
'신세계' 이후 다시 만난 황정민, 이정재는 앙상블이 좋았다.
이정재는 잔혹하고 무서운 악역 연기가 제법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박정민의 변신이다.
태국의 트랜스젠더로 변신한 그의 연기는 깜짝 놀랄 만큼 충격적이다.
결국 영화를 살린 것은 배우들이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종판과 극장판을 2장의 디스크에 따로 담았다.
상영 시간이 108분인 극장판에 비해 감독판은 114분으로 6분가량 늘어났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필터링된 영상의 강한 색감이 잘 살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사방 채널을 옮겨 다니며 들리는 스산한 바람소리가 그럴듯하다.
부록은 최종판과 일반판 디스크 양쪽에 다른 내용들이 들어 있다.
최종판에 주로 홍보성 영상들이 들어 있고 극장판에 제작과정,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이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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