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벤 킹슬리 8

엘레지

사랑은 과연 젊은이들의 전유물일까.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이자벨 코이셋 감독의 '엘레지'(Elegy, 2009년)는 60대 노교수와 30세나 어린 여대생과의 사랑을 통해 그 답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주책이랄 수 있는 상황을 코이셋 감독은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영상으로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도한다. 두 남녀가 나이차를 극복하고 보여주는 진정한 사랑은 젊은이들의 사랑처럼 불꽃을 튀기지는 않지만 세월이 가져다주는 깊이가 남다르다. 세월은 사람을 겁쟁이로 만든다. 노교수는 진심으로 여제자를 사랑하지만 세간의 이목 때문에 두려워하고 주저한다. 그래서 이별에 아파한 뒤 새삼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다. 사랑 앞에서는 나이와 학식이 별 도움이 안된다. 그게 사랑의 묘미이자 부작용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차분한..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블루레이)

도스 시절, PC로 게임 꽤나 즐겼던 사람이라면 '페르시아의 왕자'를 잊을 수 없다. 이 게임은 1989년에 애플2용으로 처음 나왔으며, 90년에 IBM-PC용으로 출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AT에 도스를 사용하던 대학 시절 디스켓 카피로 이 게임을 복사해 열심히 즐겼던 기억이 난다. 이 게임은 정해진 시간 안에 미로를 헤매고 다니며 공주를 구출하는 내용이다. 단순 조작이지만 뛰어난 게임성 덕분에 숱한 중독자를 낳은 이 게임은 조단 메크너 혼자서 만들었다. 이후 2편부터는 브로더번드사에서 출시했으며 2003년 유비소프트에서 콘솔 게임으로 처음 내놓았다.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나온 게임이 바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였다. 올해 개봉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Prince of Persi..

럭키 넘버 슬레븐

폴 맥기건 감독의 '럭키 넘버 슬레븐'(Lucky Number Slevin, 2006년)은 지독히 운이 없는 사내의 희한한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슬레빈(조시 하트넷)은 바람난 애인 때문에 홧김에 집을 나와 친구집을 방문하다가 강도를 만나 몽땅 털린다. 할 수 없이 외출한 친구 집에 머물게 되는데 그때 하필 친구의 얼굴을 모르는 빚쟁이들이 들이닥친다. 범죄조직원인 빚쟁이들에게 친구 대신 끌려간 슬레븐은 빚을 갚거나 살인을 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이 작품은 얼핏 보면 매사에 모든 일들이 꼬이기만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연상케한다. 또 사건의 진실을 궁금하게 만드는 끝없는 수수께끼의 연속은 '유주얼 서스펙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