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DVD로 나온 로봇 애니메이션 '자이언트 로보 : 지구가 정지하는 날'(1992년)을 보고 반한 것은 우선 노래 때문이다. 거대한 로봇이 버티고 선 화면 위로 뜻밖에도 도니제티의 유명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흘렀다. 로봇 만화에 뚱딴지처럼 들어간 오페라 아리아가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절절한 비장미가 살아나는게 잘 어울렸다. 오래된 신파극처럼 다소 감정과잉으로 과장된 감도 있지만 오페라 아리아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로봇 애니메이션도 없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로봇물에 들어간 클래식 음악만큼이나 그림 또한 엉뚱하다. 거대한 로봇들 사이로 중국 고전인 삼국지와 수호지에 나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쪽에선 로봇들이 광선을 쏘아대는 사이로 고색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