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이 주는 두려움은 미지의 존재, 즉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나와 다른 형태, 움직임, 소리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몰라서 방어기제처럼 공포가 작동해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종 차별도 공포물이나 다름없다. 모르는 것을 무서워하는 공포물처럼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배어 있다. 폴 히기스 감독의 '크래쉬'(Crash, 2004년)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를 공포영화처럼 섬뜩하게 다뤘다.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빚어진 사건들이 결국은 미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들고, 이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제작 및 연출, 원안에 공동 각본까지 쓴 폴 히기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사회가 오랜 세월 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