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이탈리아 작가 지오반니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은 페스트를 피해 시골에 모인 남녀가 매일 밤 돌아가며 100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액자식 소설이다. 그 속에는 세속의 권력을 억누르던 종교에 대한 풍자, 권위와 도덕에 얽매여 솔직하지 못한 남녀의 성과 탐욕에 눈이 멀어 세상을 속이는 욕심많은 사람들을 비꼰 이야기가 가득하다. 2차 세계대전 후 폭풍처럼 몰아친 전후 자본주의를 네오파시즘으로 규정하고 이에 항거하는 영화를 만들었던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에게 이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 그가 원작에서 몇 편의 이야기를 추려 만든 '데카메론'(il Decameron, 1971년)은 소설처럼 에둘러가는 은유없이 누구나 알기 쉽게 직설적으로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이 성기 노출을 마다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