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섬'(2000년)이 DVD로 국내 출시된 것은 2004년이다. 미국보다 1년 늦게 출시됐는데, 그때까지 나온 김기덕 영화 중에 '섬'과 '나쁜 남자'를 가장 좋아한다. 이 작품은 그때까지 가학, 잔혹 영상으로 대표되는 김감독 작품답지 않게 영상이 아름다워 눈길을 끌었다. 이전 작품들도 그림을 그렸던 김 감독의 특성을 십분 살려 회화적 느낌을 강조하긴 했지만 서정적이거나 아름다운 영상은 이 작품이 한 수 위다. 이전 작품들에서 그가 승부를 걸었던 것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강한 연기였다. 아무래도 제작비의 한계상 영상에 공을 들이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르다. 고즈넉히 안개가 깔린 거대한 저수지 위로 낚시집들이 떠 있는 풍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