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숨은 피아니스였던 데이비드 헬프갓의 연주는 독특하다. 자기만 알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연주한다. 얼핏보면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거나 감탄사를 내뱉는 글렌 굴드 연주를 떠올리게 하는데, 정도가 그보다 훨씬 심하다. 마음에 드는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연주가 끝나면 객석으로 내려가 앞줄에 앉은 관객을 끌어 안는다. 왠지 잘했으니 칭찬해 달라고 칭얼거리는 어린애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피아노 실력 만큼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뛰어나다. 스콧 힉스 감독의 '샤인'(Shine, 1996년)은 비운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을 다룬 실화다.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던 헬프갓은 무조건 곁에만 두려는 귄워적인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듯 런던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간다. 그곳에서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