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신동미 2

사라진 시간(블루레이)

배우 정진영이 감독한 '사라진 시간'(2019년)은 참 어리둥절한 영화다. 동일한 상황에 같은 인물이 등장해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니 황당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사전 정보 없이 봤을 때는 주인공이 다중인격인 줄 알았다. 마을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사람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조진웅)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어느 순간 마을 학교의 교사가 돼 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화재가 나서 죽은 집주인으로 둔갑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상황에 맞게 같이 변했으면 모르겠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다. 오로지 조진웅이 연기한 주인공의 정체만 계속 달라진다. 그렇다 보니 앞 뒤 이야기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주인공이 꾸는 일장춘몽 같은 꿈 얘기인가 싶었다. 결국 아무..

끝까지 간다 (블루레이)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2013년)는 신나는 액션게임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아무때나 시작해도 간단한 조작만으로 즐길 수 있는 액션게임처럼 이야기의 전후맥락을 거두절미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집중했다. 내용은 어느날 우연히 교통사고를 낸 뒤 시체를 감춘 형사가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협박 당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일이 꼬여도 너무 꼬인 주인공의 상황이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내며 이를 통해 보는 사람의 아드레날린이 솟게 만든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시종일관 이선균이 맡고 있는 형사 위주로 흘러간다. 주변 동료 형사들은 거의 곁가지 수준이며, 주인공을 압박하는 악당 조차도 캐릭터 설명이 불충분하다. 이처럼 지나치게 주인공에만 집중하면 영화가 속도감있게 흘러 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