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심은하 2

본 투 킬

'본 투 킬'(1996년)은 '게임의 법칙', '걸어서 하늘까지' 등 청춘 누아르를 잘 만드는 장현수 감독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당시 청춘스타였던 심은하, 정우성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내용은 조폭 두목 염 사장(김학철)에게 살인청부를 의뢰받아 먹고사는 킬러 길(정우성)이 술집에 나가는 여성 수하(심은하)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염 사장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길에게 갓 출소한 대부(조경환)와 그의 오른팔 인학(명계남)을 제거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길이 거부하면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진다. 감독은 한국형 누아르를 표방했으나 뻔하디 뻔한 청춘물에 그치고 말았다. 장 감독의 전작 '게임의 법칙'처럼 칼로 눈을 파내는 등 잔혹한 일부 장면만 부각됐다. 살인..

8월의 크리스마스 (블루레이)

이르고 늦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죽음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명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알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는 죽음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평온한 일상을 그렸다. 그의 일상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옛 추억을 그리워하며 아련한 사랑을 한다. 다만 죽음이 예정돼 있다는 것만 다를 뿐. 그래서 그의 일상은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마루에 앉아서 발톱을 깎고, 가족과 수박을 먹으며 마당에 씨를 뱉어내고 연인과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평범하고 소소한 우리네 일상이 한없는 무게감으로 다가 온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을 이토록 큰 의미 부여와 함께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