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에 베를린은 스파이의 천국이었다. 이념과 이권에 따라 갈린 전 세계 스파이들이 베를린에서 암약하며 철의 장막 뒤에 얽힌 비밀을 캐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2017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암약한 동서 진영의 스파이, 그중에서 영국 MI6에서 활약한 스파이에 초점을 맞췄다. MI6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매력 만점의 멋쟁이 신사인 007 제임스 본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잘 생긴 근육질의 마초 스파이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간첩이다. 그렇지만 성을 무기로 내세운 하늘하늘한 여성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냉혹하고 필요하다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여전사다. 여주인공 로레인을 맡은 인물은 샤를리즈 테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