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양우생 2

백발마녀전(블루레이)

우인태 감독의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993년)은 과거 홍콩 영화가 국내에서 한창 인기 있을 때 비디오테이프로 빌려보고 반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당시 홍콩 영화라면 의례히 떠올리는 누아르나 무협, 황당한 코미디가 아닌 판타지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무협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협보다는 안타깝고 슬픈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무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로맨스를 거들기 위한 양념에 가깝다. 우인태 감독도 이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 사랑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내용은 명나라 말기에 유명 무술 일파인 무당파의 후계자 탁일항(장국영)이 밀교에서 암살자처럼 키운 연예상(임청하)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 배신하지 않..

칠검 (오리지널 무삭제판)

서극(徐克) 감독의 '칠검'(七劍, 2005년)은 "액션은 볼 만 하지만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본 영화다. 대체 얼마나 못 만들었길래 저런 소리들이 나올까 궁금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절대 혹평을 들을 만큼 못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관객들은 내러티브, 즉 줄거리를 우선 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기덕, 이명세 등 줄거리보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감독들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한다. 서극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품 중 재미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촉산전' '황비홍' 등은 국내 팬들의 환영을 받은 반면 '칠검'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칠검'의 주인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