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극(徐克) 감독의 '칠검'(七劍, 2005년)은 "액션은 볼 만 하지만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본 영화다.
대체 얼마나 못 만들었길래 저런 소리들이 나올까 궁금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절대 혹평을 들을 만큼 못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관객들은 내러티브, 즉 줄거리를 우선 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기덕, 이명세 등 줄거리보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감독들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한다.
서극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품 중 재미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촉산전' '황비홍' 등은 국내 팬들의 환영을 받은 반면 '칠검'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칠검'의 주인공은 사람보다 칼이다.
무법자들 앞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부락민들을 구하기 위해 천산에 은둔해 있던 무협들이 7개의 칼을 빼들고 악당 토벌에 나서는 내용이다.
무협들이 들고 나온 7개의 칼은 마치 사람처럼 각기 다른 이름과 특징, 사연을 갖고 있다.
결국 칼의 주인들도 칼의 성격에 맞는 인물들로 배정된다.
서극 감독은 무생물인 칼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이야기보다 현란한 칼의 움직임에 중점을 뒀다.
실로 이 작품에서 보여준 검을 사용한 액션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나다.
서극 작품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본 최고의 작품 '서극의 칼' 만큼 무술 액션이 훌륭하지는 않아도 그에 준하는 뛰어난 액션이다.
비록 늘어지는 이야기 때문에 국내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았지만 유달리 검에 애착을 갖는 서극의 뛰어난 액션 스타일만큼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극장판과 달리 30여분이 추가된 오리지널 무삭제판이다.
극장판을 보지 못해서 어떤 장면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지만 2시간 30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화질은 중국 영화치고 괜찮은 편.
원경에 이중윤곽선이 보이지만 클로즈업은 괜찮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저음도 박력 있고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2장의 디스크에 부록으로 제작과정 등이 들어있으나 설명이 약간 부족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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