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브라더

울프팩 2006. 2. 4. 19:27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감독의 '브라더'(Brother, 2000년)는 미국판 '소나티네' 같은 영화다.
야쿠자 조직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야마모토(기타노 다케시)는 일본을 등지고 홀로 미국 LA로 떠난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야마모토는 LA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약을 팔며 근근이 살아가는 배다른 동생과 흑인 건달들을 모아 깡패 조직을 만든다.
조직이 커가면서 이탈리아 마피아들과 부딪치게 되고 야마모토는 다시 원치 않는 조직 간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일본의 야쿠자 영화를 미국에 가져가고 싶었다"는 기타노 다케시는 바람대로 LA를 휘젓는 일본 깡패영화를 만들었다.
기타노 특유의 피비린내 나는 강도 높은 폭력 묘사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액션이 아니라 스산한 음악이다.
'그해 여름 조용한 바다' '기쿠지로의 여름' 등 기타노 감독의 작품 여러 편에서 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아 더 할 수 없이 쓸쓸한 선율로 가슴을 아리게 한다.

특히 메인테마는 미국에 홀로 발을 디딘 야마모토의 고독한 뒷모습과 잘 어울렸다.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무삭제 무수정판이다.

극장 개봉 시 보지 않아 얼마나 삭제되고 어디가 수정됐는지 알 수 없지만, 수정과 삭제 없이 원작을 고스란히 담았다.
화질은 일본 영화들이 그렇듯 약간 뿌연 편이며 샤프니스도 떨어진다.

간혹 화면이 미세하게 위, 아래로 떨리기도 한다.
DTS를 지원하는 음악은 생활 소음이 적당히 살아있는 서라운드 음향을 들려준다.

특히 총격 후 리어에서 울리는 총성의 잔향이 일품이다.
부록으로 홍보를 겸한 짤막한 제작과정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기타노 다케시는 이 작품의 감독, 각본, 주연, 편집까지 1인 4역을 맡았다.
불안하게 기울어진 앵글은 천천히 회전하며 제대로 일어선다. 그러나 사선구조물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어선 화면도 불안하게 보인다.
기타노 영화의 특징은 직선적이다. 가리고 감추는 것 없이 바로 보여준다. 그래서 섬뜩하다.
미국에서도 야쿠자로 살아가는 야마모토(기타노 다케시). 이 작품은 일본, 미국, 영국의 3국 합작품이다.
조직 내부의 알력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를 긋는 중간 보스. 사무라이 전통인 할복 역시 군국주의 잔재다.
조직 내부의 알력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를 긋는 중간 보스. 사무라이 전통인 할복 역시 군국주의 잔재다.
말대가리를 잘라 경고 대상자의 침대에 넣어놓은 '대부'가 생각난다.
기타노 영화의 특징인 불필요한 블랙 유머. 붙잡아온 마피아 두목 앞에 권총을 매달아 놓고 방아쇠와 연결되지 않은 줄을 고르면 살려준다고 놀린다. 비현실적이라 우습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데, 등장인물들이 즐거워한다.
장소만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야쿠자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촬영은 야나기시마 카츠미가 맡았다.
조직 간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간 야마모토는 이국 땅에서도 원치 않는 전쟁을 겪는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암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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