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릭 바나 9

한나 (블루레이)

영화 속에 여전사들이 등장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에이리언'부터 '지아이 제인''니키타'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등 숱하게 많다. 그런데 최근 여전사들이 어려지기 시작했다. '킥 애스'를 필두로 '서커펀치'에 이어 '한나'까지 10대 소녀들이 눈하나 깜짝 않고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세상이 흉악해진 탓도 있지만, 신기한 볼거리와 자극을 찾는 요즘 영화들의 추세와도 무관치 않은 듯. 조 라이트 감독의 '한나'(Hanna, 2011년)도 마찬가지. 16세 소녀 한나는 숲 속에서 세상과 격리된 채 아버지와 둘이서만 살았다. 아버지가 그에게 가리킨건 필살의 격투기와 사격술. 아버지의 목적에 따라 숲에서 나온 한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세상과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탄생 비밀이 하나..

천일의 스캔들

영국 왕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불린은 영국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장본인이다. 그는 우선 딸인 엘리자베스 1세가 영국 여왕 자리에 오르면서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를 열었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도 그 때문에 도입됐다. 헨리 8세는 앤과 결혼하기 위해 캐서린 왕비와 이혼을 추진한다. 그러나 천주교의 반대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헨리 8세는 천주교를 국교에서 폐하고 왕이 중심에 서는 성공회를 만든다. 영국의 국교를 바꾸고,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를 연 앤 불린은 실로 대단한 인물이다. 가슴 속 가득한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 왕비를 내쫓고 새로운 왕비가 되지만 그 역시 아들을 낳지 못한 죄로 1,000일 만에 폐비가 돼서 처참하게 목이 잘렸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실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저스틴 채드윅 ..

뮌헨

1972년 9월5일. 독일 뮌헨 올림픽 도중 테러단이 올림픽 선수촌을 급습한다. 테러단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서 분파한 극좌파 조직 검은9월단. 이들은 팔레스타인 죄수의 석방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선수들을 인질로 잡았다. 이스라엘의 여성 수상 골다메이어는 끝까지 테러범들과의 협상을 거부한 채 강경 대응한다. 결국 독일 정부가 협상에 나섰고, 테러범들에게 탈출용 비행기를 제공한다. 독일 정부는 비행장에 저격팀을 몰래 대기시켰다가 검은9월단과 총격전을 벌인다. 결국 인질로 잡혔던 이스라엘 선수들은 테러범들에게 전원 사살된다. 이튿날, 올림픽조직위는 죽어간 11명의 선수들을 애도하며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오륜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골다메이어 수상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트로이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감독의 '트로이'(Troy, 2004년)는 극장 개봉 당시 여자들이 좋아했던 작품이다. 아킬레스로 나온 브래드 피트(Brad Pitt)를 비롯해 헥토르를 연기한 에릭 바나(Eric Bana), 패리스 역의 올랜도 블룸(Orlando Bloom) 등 잘 생긴 남자 배우들이 웃통을 훌렁 벗고 등장하기 때문. 반면 남자들에게는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영화다. 일단 그렇고 그런 액션 때문에 2시간 40분이 지루했고, 신들의 분노와 질투가 빚어낸 전쟁이 신을 배제한 인간들의 이야기로 둔갑하다 보니 여러 모로 원작과 다른 김 빠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기에 싸움의 원인이 된 트로이의 헬렌(다이안 크루거 Diane Kruger) 등 여배우들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미모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