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태 감독의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993년)은 과거 홍콩 영화가 국내에서 한창 인기 있을 때 비디오테이프로 빌려보고 반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당시 홍콩 영화라면 의례히 떠올리는 누아르나 무협, 황당한 코미디가 아닌 판타지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무협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협보다는 안타깝고 슬픈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무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로맨스를 거들기 위한 양념에 가깝다. 우인태 감독도 이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 사랑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내용은 명나라 말기에 유명 무술 일파인 무당파의 후계자 탁일항(장국영)이 밀교에서 암살자처럼 키운 연예상(임청하)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 배신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