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영혼의 상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을 품어야 애절한 목소리가 나오는 '서편제'처럼 두고두고 파먹을 상처가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 피기스(Mike Figgis)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 1995년)는 작가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존 오브라이언의 반 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알코올 중독자(니컬라스 케이지 Nicolas Cage)와 매춘부(엘리자베스 슈 Elisabeth Shue)의 아픈 사랑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자기파괴로 이어지는 한 인간의 절망과 허무를 한 편의 시처럼 훌륭한 영상으로 표현했다. 때로는 흔들리며, 때로는 포커스 아웃되는 영상은 마치 보는 이가 술에 찌든 주인공인 것처럼 감정에 젖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