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국 36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블루레이)

'킥 애스'로 재기 발랄한 액션물을 선보인 매튜 본 감독이 만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년)는 스타일리시한 007 같은 영화다. 즉 007 시리즈의 정통 첩보물이 갖고 있는 고풍스러운 느낌과 함께 현대 액션물의 속도감 있는 액션과 경쾌함이 버무려졌다. 매튜 본 감독이 공동 각본을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맡은 이 작품은 처음부터 007 같은 첩보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 아래 아예 만화 작업을 함께 했다. 물론 만화가 먼저 출판되기는 했지만 인물 및 기관 설정 같은 기본적인 영화의 뼈대는 만화와 궤를 같이 한다. 재미있는 점은 새로움과 옛것, 정통과 현대적인 변형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일행은 007 제임스 본드처럼 잘 어울리는 양..

맥베스 (블루레이)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맥베스'(Macbeth, 2015년)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를 훌륭하게 영상화한 작품이다. 내용은 일부 다른 부분이 있지만 대체로 원전을 충실하게 따랐다. 스코틀랜드의 장군인 맥베스는 왕을 대신해 반란 진압 후 귀환하던 중 마녀들로부터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이에 마음이 움직인 맥베스는 왕을 죽이고 왕자를 내쫓은 뒤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때부터 정체모를 불안에 휩싸인 맥베스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해 폭정을 일삼는다. 결국 내부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맥베스는 달아났던 왕자가 몰고 온 군대에게 패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을 토대로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맥베스는 워낙 극적인 내용이어서 여러 번 영화로 제작됐다. 오손 웰즈는 19..

로빈 훗(블루레이)

영국의 전설적인 의적 로빈 후드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명확한 사료가 없다. 다만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거론됐고, 얼 허팅든 백작 등이 해당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로빈 후드의 실존 여부보다 홍길동처럼 민중의 편에 선 영웅의 필요성이었다. 오랜 세월 왕과 귀족에 억눌려 살아온 영국의 민중들은 그들을 대신해 귀족이나 영주를 혼내주는 존재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영웅의 이야기는 각종 전설과 민담을 통해 과장되기 마련이다. 로빈 후드 역시 '로빈 후드의 모험' '아이반호' 등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며 숱한 이야기로 변주됐다. 영화도 마찬가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주연의 무성 영화를 비롯해 숀 코너리가 로빈 후드를 연기한 '로빈과 마리안', 러셀 크로..

비커밍 제인(블루레이)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의 작품을 쓴 영국의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잘 다루기로 유명하다. 단순히 이상적인 로맨스가 아닌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잘 묘사해 국내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제인 오스틴은 42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길지 않은 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물론 독신이라고 해서 연애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 이야기를 잘 쓴 소설가 치고는 의외다. 과연 제인 오스틴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줄리언 재롤드 감독의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년)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다. 존 스펜스가 2003년에 쓴 소설 '제인 오스틴'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사실과 작가의..

엘튼 존 60 라이브 앳 매디슨스퀘어 가든(블루레이)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날이면 듣기 좋은 노래가 엘튼 존의 'We All Fall in Love Sometimes'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말하지, 오늘 비가 올 것 같다고'(wise men say, it looks like rain today...)로 시작하는 노래는 '우리는 모두 때때로 사랑에 빠지네'(we all fall in love sometimes)로 마무리된다.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은 명반으로 꼽히는 '캡틴 판타스틱 앤 브라운 더트 카우보이' 앨범이다 재킷을 양면으로 쫙 펼칠 수 있게 제작된 이 LP 음반은 만화같기도 하고, 딥 퍼플의 음반 'April' 커버로 쓰여 유명한 네델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커버가 인상적이다. 이 음반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