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오우삼 12

애플시드 엑스머시나 (블루레이)

사람과 기계문명의 만남이 특징인 사이버펑크의 세계는 늘 우울하고 잿빛이다. 인간성 상실이라는 코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버펑크의 투사들은 투쟁의 당위성과 함께 가열찬 지지를 받는다. 아라마키 신지 감독의 애니메이션 '애플시드 엑스머시나'(Appleseed-Ex Machina, 2007년)도 마찬가지. 일본의 유명 만화가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독특하다. '공각기동대'처럼 철의 여인이 주인공이다. 역시 기계와 사람이 결합된 독특한 존재들과 여주인공 듀넌은 힘을 합쳐 미래의 질서를 파괴하는 악당들과 맞서는 내용이다. '터미네이터'처럼 무조건 기계와의 대립이 아닌 조화를 찾았다는 점이 다르다.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도 기존 저패니메이션과 다르다. 손그림에 강한 저패니메이션이 ..

페이스 오프

마치 가면을 벗듯 얼굴 가죽을 떼어내 새 사람으로 변신하는 내용의 '페이스 오프'(Face off, 1997년)는 오우삼(吳宇森) 감독 다운 발상이다. 그렇지만 성형 수술로 신분을 바꾸는 발상은 독창적 아이디어는 아니고 1960년대 영화 'Seconds'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와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가 졸지에 얼굴이 바뀌는 형사와 범죄자 역할을 맡아 다중인격 같은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영화는 펄럭이는 롱코트, 쌍권총, 날아오르는 비둘기와 종교적 상징물, 그리고 총알이 보일 만큼 느린 액션 등 오우삼의 홍콩 영화 '영웅본색' '첩혈쌍웅'에서 익히 본 코드들로 가득하다.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들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색다른 풍경이어서 이 작품에 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