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가짜일 망정 영화 속에서 숱하게 봤는데도 불구하고 시체는 익숙치가 않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생경함과 내재된 공포가 크기 때문이리라. 손태용 감독의 데뷔작 '해부학 교실'(2007년)은 의대에서 해부학 실습용 시체인 카데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공포물이다. 미모의 카데바가 의대 실습용으로 들어온 뒤 해부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잇따라 의문사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시체를 둘러싸고 발생한 음모가 드러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카데바라는 소재를 사용한 아이디어는 돋보이지만 공포물로서는 여러 가지로 함량 미달이다. 우선 내러티브가 부족하다. 은주와 지영이 휴대폰 동영상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나 연쇄살인을 벌인 범인의 살인 동기에 대해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 무조건 트라우마로 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