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올리버 스톤 8

애니 기븐 선데이 (블루레이)

미식축구는 마초들의 바디 랭귀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스포츠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 1999년)는 바로 육식 동물들의 향연인 미국 프로미식축구 리그(NFL)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다. '남자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혼신을 다해 싸운 뒤 승리감에 쌓여 누워 있을 때'라는 빈스 롬바르디(전 그린베이 패커스 감독, 유명한 슈퍼볼 트로피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의 말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무시무시한 NFL 경기 뿐만 아니라 돈에 눈이 먼 구단주, 마약과 술에 찌든 선수들, 선수들의 반목과 부상 등 추악한 이면까지 속속들이 파헤쳤다. 실제로 NFL팀의 전속 의사 이야기를 다룬 롭 히젠거와 팻 투메이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세부 사항들이 자세히 묘사됐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2001년 9월11일.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내와 밤늦도록 TV를 보던 중, 화면 하단에 자막이 흘렀다. 미국 국제무역센터가 테러 공격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황당한 내용이어서, 쉽게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불과 6년 전인데, 지금은 마치 오래전 일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기억이 생생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드트레이드센터'(World Trade Center, 2006년)는 그때의 충격을 되살려주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911사태때 인명을 구하기 위해 월드트레이드센터에 뛰어들었던 경찰관 두 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다가 극적으로 구조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속 주인공인 존 맥라글린과 윌 히메노 경관은 3,000여명이 사망하고 20명만이 구조된 사고현장에서 18, 19..

알렉산더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은 항상 흔들리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플래툰'의 크리스(찰리 쉰), '닉슨'의 닉슨 대통령, '도어즈'의 짐 모리슨, '올리버 스톤의 킬러'의 미키(우디 해럴슨) 등 그가 다룬 인물들은 모두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정체성을 찾아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어느 한 곳에 발을 딛지 못하고 선과 악을 오가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이런 모습들이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진솔한 모습일 수 있다. 그래서 스톤 감독은 어느 한쪽의 시각에 치우쳐 답을 내리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만큼 그가 다루는 인물의 내면은 풍성하다. 대신 관객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그의 작품에는 항상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