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항선 4

파란 대문(블루레이)

영화 '파란 대문'(1998년) 하면 비운의 두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김기덕 감독과 주연을 맡은 이지은이다. 1971년생인 배우 이지은은 2021년 3월 8일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등져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향년 49세. 고인이 된 이지은에 얽힌 인연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와 용산에서 자란 그는 일본 호세이대학 일문학과를 졸업한 뒤 '금홍아 금홍아'와 '파란 대문'에 주연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2000년 12월 벤처기업 인츠닷컴의 이진성 대표와 결혼하며 영화계를 떠났다. 개인적으로 이지은의 전 남편 이진성 대표와 인연이 있다. 그가 광고 마케팅 사이트 '보물찾기'로 유명한 인츠닷컴을 운영하던 시절 취재 때문에 여러 번 만났다. 느닷없이 이 대표가 유명 ..

섬 (블루레이)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섬'(2000년)이 DVD로 국내 출시된 것은 2004년이다. 미국보다 1년 늦게 출시됐는데, 그때까지 나온 김기덕 영화 중에 '섬'과 '나쁜 남자'를 가장 좋아한다. 이 작품은 그때까지 가학, 잔혹 영상으로 대표되는 김감독 작품답지 않게 영상이 아름다워 눈길을 끌었다. 이전 작품들도 그림을 그렸던 김 감독의 특성을 십분 살려 회화적 느낌을 강조하긴 했지만 서정적이거나 아름다운 영상은 이 작품이 한 수 위다. 이전 작품들에서 그가 승부를 걸었던 것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강한 연기였다. 아무래도 제작비의 한계상 영상에 공을 들이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르다. 고즈넉히 안개가 깔린 거대한 저수지 위로 낚시집들이 떠 있는 풍경은..

추천 DVD / 블루레이 2015.04.11 (4)

반칙왕 (블루레이)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최고의 스포츠 중계방송은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레슬링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뛰어들어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김일, 여건부, 천규덕 등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이노키 선수는 최고의 악당이었다. 레슬링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일본에서 만든 '타이거마스크'라는 TV 만화영화도 들여와 방송했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은 과거 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어린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프로레슬링을 통해 현대인들의 꿈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은행원(송강호)이 어느 날 우연히 레슬링 도장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우상..

슈퍼스타 감사용

내 기억 속의 1982년은 변화가 참 많은 해였다. 중 3이었던 그때 처음으로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가 허용돼 이전까지 머리를 박박깎고 다니던 학생들이 머리를 길게 기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화 '친구'처럼 후크를 채우는 일본식 교복은 계속 입어야 했다. 그해 1월부터 밤 12시 이후에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통행금지가 해제됐다. 그해 여름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에는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카세트테이프와 LP판을 보면 소용돌이의 '보랏빛 안개' '나빠' '님의 눈물' 등이 그해 강변가요제에서 배출한 보석같은 노래들이었으며 우순실의 '잃어버린 장미' 역시 그해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처음으로 프로야구라는게 생겼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던 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