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잭 스나이더 8

300: 제국의 부활 (블루레이)

기원전 6세기에 등장한 페르시아 제국은 멀리 인도부터 그리스까지 아우르는 대제국이었다. 계속 영토를 확장하니 이웃 국가들과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데, 그 중에서도 그리스와 전쟁을 벌인 배경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분노와 복수가 씨앗이 된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기원전 500년, 페르시아 통치 아래 있던 그리스 도시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왕은 막강한 군대를 보내 반란을 진압했는데, 기원전 494년 라데 전투에서 크게 패한 이오니아도 그 중 하나였다. 문제는 아테네가 이오니아를 지원했다는 점이다. 다리우스 왕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아테네에 분노해 이들을 혼내주고자 기원전 492년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첫 번째 원정은 폭풍우로 페르시아 함대가 난파되면서 실패했다. 2년 후인 기원전..

써커펀치 (블루레이)

잭 스나이더 감독의 '써커펀치'(Sucker Punch, 2011년)는 만화와 게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무비다. 발칸을 들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등장한 사무라이와 공룡이 불을 뿜고 비행선이 나르는 전장에서 폭격기와 자동소총으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영락없는 비디오 게임이다. 여기에는 '300' '새벽의 저주' '왓치맨' 등을 만든 잭 스나이더의 만화적 상상력과 '귀무자' '데빌메이크라이' 등 줄거리에 따라 스테이지가 바뀌는 비디오게임의 구성이 결합됐다. 따라서 리얼리티를 논하는 것은 이 영화에서 의미가 없다. 심지어 비디오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면 스테이지 구성 형태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버겁다. 그만큼 액션에 치중한 나머지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가 무너진 것이 이 영화의 한계다. 오죽했으면 줄거리조차 이해가 ..

새벽의 저주

조지 로메로 감독이 1978년에 만든 '시체들의 새벽'을 광고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이 장편 극영화 데뷔작으로 다시 만들었다. 마치 비디오 게임 제목 같은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004년)는 아닌 게 아니라 '바이오 하자드'라는 게임을 훔쳐보는 것 같다. 시종일관 뒤에서 누가 덮칠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구성과 사방으로 마구 총을 쏴대는 내용은 공포 영화가 아닌 액션 영화에 가깝다. 그렇기에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봤다. 이 영화의 특징은 마구잡이 살인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 사람을 좀비라는 가상의 피조물로 둔갑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방팔방 피가 튀어도 게임 화면을 지켜보는 것처럼 오히려 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