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진웅 17

고지전 (블루레이)

장훈 감독의 '고지전'(2011년)은 지난해 본 우리 개봉영화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전장의 긴박한 상황과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깔끔하면서도 공감이 가도록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전장에 나즈막히 깔리는 노래 한 자락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것도 한국전쟁 당시 히트한 고(故) 신세영의 '전선야곡'을 골라 병사들의 애절한 심경을 잘 드러냈다. '전선야곡'이 우리 영화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한국전쟁 초반 상황에 이 곡이 나오지만, 실제 이 곡은 1952년에 등장해 고증에서 어긋났다. 사실과 다르다보니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나왔는 지 조차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는 반면, '고지전'에서는 노래가 주연 배우 못지 않은 무게감..

베스트셀러

이정호 감독의 '베스트셀러'는 미스터리보다 괴기물에 가깝다. 얼개는 추리 소설의 형태를 따라가지만 내용은 '전설의 고향' 같은 괴담이다. 그만큼 이야기의 전개에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가 있지만, 너무 늘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와 분위기로 긴장감을 몰아가려는 의도였겠지만 유장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관객의 진을 빼놓는다. 그렇다보니 후반부에 급격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반부와 반대로 비약이 심하다. 관객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야기의 해결을 위해 너무 무리하고 급격하게 진행시켰다는 느낌이다. 결국 논리적 전개에 구멍이 뚫리다보니 미스터리의 지적 유희를 놓치고 괴담으로만 치닫고 말았다. 그렇다고 괴담이 아주 몸서리쳐질 만큼 무서운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미스터리도 아니요 괴담도 아닌 어정쩡한 작..

영화 2010.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