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존 어빈 2

햄버거 힐(블루레이)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5월 10일 미군의 제101 공수부대는 북베트남과 베트콩이 차지하고 있던 에이자우산의 937 고지를 공격했다.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 베트콩이 자주 출몰하자 이들을 섬멸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지리적인 상황이 미군에게 아주 불리했다. 경사가 가파른 봉우리는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숲이어서 적이 보이지 않아 공중폭격이 힘들었다. 거기에 북베트남군은 산 전체에 거미줄처럼 땅굴을 파고 숨어 있다가 사방팔방에서 나타나 총질을 했다. 지금은 호찌민시로 이름이 바뀐 사이공에서 관광상품으로 볼 수 있는 월남전 당시 파놓은 땅굴에 들어가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양쪽 어깨가 벽에 쓸릴 정도로 좁고 낮은 굴을 따라 가보면 커다란 학교, 광장 등이 나오는 등 완전 지하도시를 방불케 한다. 어..

고릴라 (블루레이)

1980년대 중반 국내 발간된 영화잡지 스크린에서 존 어빈 감독의 '고릴라'(Raw Deal, 1986년) 표지를 처음 봤다. 영화를 소개한 기사에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피투성이 손으로 권총을 겨눈 사진도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특이한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갔고 제법 강렬한 사진에 마음이 끌렸다. 당시 아놀드는 '코난'과 '터미네이터' 시리즈, '코만도' 등으로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더불어 근육질 액션스타의 쌍두마차였다. 황당한 영화 제목은 아놀드의 우람한 체구와 외모 때문에 붙인 것으로 생각했으나 나중에 영화를 보니 극 중 아놀드가 맡은 잠입요원의 별명이다. 내용은 경찰 가족과 증인이 마피아에게 몰살당한 뒤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활약하는 경찰 잠입요원의 이야기다. 잠입요원이란 홍콩영화 '무간도..